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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상승과 은행권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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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상승과 은행권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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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환 기자
이달 말부터 시중은행들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다. 금융권에서는 역대급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작 은행 내부 분위기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이자수익 규모가 새 정부의 ‘횡재세’ 논의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은 은행의 이자수익 증가를 두고 우연히 얻게 된 이익이라며 횡재세 부과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이자수익 증가는 은행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 정책의 결과로 발생한 '불가피한 영수증'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16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 6월(594조500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증가한 대출금 대다수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한다. 10년 동안 주담대는 439조6000억 원에서 923조1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정책들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6억 원에서 퇴임 무렵에는 11억50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강남을 비롯한 핵심 지역 집값은 상승하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은 실수요자들에게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결국 은행권 이자수익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은행들의 높은 이자수익은 탐욕의 결과라기보다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국민이 떠안은 부채의 그림자다. 이자수익이 늘어난 데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횡재’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민생의 고통을 정확히 진단해 주길 바란다. 원인 분석이 잘못되면 해법 또한 잘못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려면 은행을 희생양 삼기보다는 과거 정책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구성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o9k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