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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대형 식자재마트, 규제 사각지대 방치로 유통산업 불균형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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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대형 식자재마트, 규제 사각지대 방치로 유통산업 불균형 심화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최근 비수도권도 대형 식자재마트가 빠르게 확산하며 유통업계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밀집 지역에 전략적으로 입점해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으며, 규모와 입지, 매장 구성 및 운영 방식에서 대형 마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자재마트가 기존 대형 마트보다 더 강한 상권 장악력을 보이기도 한다. 뛰어난 접근성과 경쟁력 있는 가격,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끌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 상권의 자영업자들은 생존 기반을 잃고, 식자재마트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식자재마트의 공격적 확장 배경에는 식자재마트를 대표하는 ‘마트 협회’라는 조직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권과 결탁해 강력하고 체계적인 로비를 수행하며, 단순한 유통 활동을 넘어 공공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권력형 로비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트 협회는 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정책에 대형 식자재마트를 포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주도했다. 따라서 본래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었으나, 연 매출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유통업체가 혜택을 가로채며 정책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식자재마트는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조건을 회피하기 위해 유령법인을 내세워 소비 쿠폰을 부정 사용한 사례가 드러났다. 이런 편법 행위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며,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설계된 제도를 대형 유통 자본이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와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관련 단체는 식자재마트의 편법 운영이 골목상권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안전부와 관련 부처에 즉각 조사와 엄정한 제재를 촉구하며, 제도 전반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소비 쿠폰은 특정 지역과 특정 업종에 사용되도록 설계된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지역 소비자 유입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제도를 교묘히 활용하면서 실제 자영업자들의 마케팅 기회는 차단되고 제도의 근본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 소비 쿠폰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금깡’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제도 설계의 구조적 취약점의 한 사례로,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소비자 신뢰도도 떨어뜨리고 있다.

필자는 본 정책의 허점을 사용자 인증 절차와 지역 제한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찾는다. 정부는 실질적 소비 진작보다 단기적 성과와 지표 개선에 집중한 나머지, 현장성과 정책 현실 적합성은 소홀히 했다. 이로 인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쿠폰과 같은 단기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 소비 증가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속적 지역 경제 활성화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존 수요를 일시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므로, 이후 소비 공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위험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형 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가격 경쟁력과 접근 편의성, 다양한 결제 수단 등을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유통 현실 속에서 소비 쿠폰 사용이 소상공인 매출로 직접 연결되기란 매우 어렵고, 구조적 대책 없이는 일시적 자극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국 대형 마트는 글로벌 유통기업들과 비교할 때 혁신성과 효율성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코스트코 등 선진 기업은 간결한 운영과 회원제 기반, 대량 구매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반면, 국내 대형 마트는 단기적 판촉 행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이제 단기적인 판촉과 일시적인 처방을 넘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한 구조적·지속이 가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유통업계 전체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유연하고 균형 잡힌 규제 체계 수립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넘치고 있다.

특히 대형 마트에 적용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무 규제가 식자재마트에는 적용되지 않으면서 형평성 논란이 있다. 사실 대형마트 수준의 점포 수와 매출 규모를 갖춘 식자재마트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은 전통시장 보호와 유통 공정성 측면에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