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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OL 업데이트, e스포츠로서 '공정성'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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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OL 업데이트, e스포츠로서 '공정성'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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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월드컵 개막을 불과 3주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거리 슛이 이번 월드컵의 전술적 유행을 정의하는 득점 방식이 됐으면 좋겠다"며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제 기관이 스포츠의 본질 중 하나인 공정성을 스스로 해쳤다는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LOL 월드 챔피언십 개막 3주를 앞두고 라이엇 게임즈가 적용한 25.19버전 패치노트에서 '프로 경기에서 주역으로 올라올 수 있을지 보려고 한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고 싶은 정글러'라는 코멘트들이 대거 게재됐다.

게이머들은 이번 패치노트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전에도 성능이 좋은 챔피언인 '잭스'와 '르블랑'에 대해 '월드 챔피언십의 메타를 정의하는 상단 공격로 챔피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날렵한 암살자 챔피언이 활약하길 기대한다'는 코멘트와 함께 성능을 조정 혹은 강화했다.

반면 최근 패치를 통해 하향된 후 통계 지표 면에서 하락세를 보이던 '코르키'는 '프로 경기에서 슬슬 지겨운 얼굴이 돼 가고 있다'며 추가 하향 조치했다.
이용자들의 반발에 매슈 렁해리슨 LOL 게임플레이 디자이너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승률 기반 업데이트 외 승률이 챔피언의 성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고려해 조정을 가한다", "챔피언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것은 피하려 한다"며 소통에 나섰으나 쉽게 진화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의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도 상업적인 게임의 대회가 '프로 스포츠'와 동일 선상에 설 수 있느냐는 시선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유수의 e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는 게임에서 개발진이 세계 대회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조정을 가하는 듯한 모습은 단순히 한 게임사만의 문제를 넘어 e스포츠 전체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강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