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
이미지 확대보기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평균기온 상승, 해양순환 둔화, 북극 해빙 붕괴는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며, 임계점 도래 경고는 거세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속의 문제로 바뀌었다. 한국이 지난 10여 년간 수소경제 기반 구축과 활성화에 매달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자원의 절대적 부족, 계통 수용성 한계, 주민 수용성이라는 구조적 난관, 그리고 블루수소의 핵심인 CCS 상업성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수소경제 전환의 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명분과 현실의 괴리가 이렇게나 선명하고 지독히도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 연구계와 산업계가 예상치 못했던 발견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 말리, 프랑스 로렌 탄광 지대, 브라질 크라톤 지대, 미국 캔자스, 호주 사문암화 지역 등에서 지질 반응을 통해 지구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화이트수소(천연수소)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잇달아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98% 이상의 고순도 수소가 10년 넘게 지하에서 솟아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것은 그린수소나 블루수소처럼 추가적 공정을 거칠 필요가 없으며, 지구 내부에서 재생에너지처럼 ‘지속 생성’되는 특징 때문에 ‘지구가 마지막으로 남겨둔 에너지 서랍’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현재까지 천연수소가 부존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적은 없지만, 동해 심부 열수계, 울릉분지, 일부 사문암화 지역 등은 지질학적으로 탐사 가치가 충분한 곳으로 꼽힌다. 만약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면 한국의 에너지 미래는 지금과 전혀 다른 장면으로 펼쳐질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동해 심부에서 대규모 천연수소가 발견되는 경우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세계 잠재지도에서도 해양 인접 지층이 가장 유망 지역으로 분류된 만큼, 전혀 불가능한 가정만은 아니다. 이 경우 울산·포항 수소항만, 동해가스전, 기존 LNG 인프라, CCS 저장 프로젝트가 서로 얽히며, 동해권은 자연스럽게 ‘수소·가스·CCS 복합 에너지 허브’로 재탄생한다. 나아가 생산된 수소를 액화하거나 암모니아로 전환해 수출하는 시나리오까지 가능해져, 한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전량 수입국’에서 ‘부분 자립국’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순간이 열릴 수 있다.
두 번째는 내륙 여러 지역에서 중규모 천연수소가 다발적으로 발견되는 시나리오다. 프랑스 로렌처럼 폐광·퇴적 분지·옛 가스전 주변에서 수소 누출이 확인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울산, 광양, 포항, 창원 같은 산업도시는 도시 자체에서 수소를 확보해 쓰는 ‘분산형 수소도시 모델’을 갖추게 된다. 대규모 수출을 할 수준의 자원은 아니더라도, 산업단지의 전력 부담을 낮추고, 연료전지·수소터빈과 결합된 도시형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탄소중립 시대 산업도시가 생존하기 위한 중요한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연구·실증 수준의 소규모 발견이다. 말리처럼 우물 시추나 지열 탐사 과정에서 고농도 수소가 우연히 검출되는 경우지만, 파급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이 발견 하나만으로도 한국은 국가 차원의 천연수소 잠재지도 작성, 탐사·시추 기준 정립, 지하 데이터 통합체계 구축 등 향후 수소경제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기회를 얻게 된다. 비록 상업성은 제한적일지라도, 한국형 수소경제 전략에 새로운 선택지를 하나 더 추가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된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지 않던가? 재생에너지 제약을 넘어서고, 블루수소의 불확실성을 보완하며, AI와 결합되어 더욱 첨단화된 제조업 국가로서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경로를 찾다가 지친 시간,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해본다.
어느 날 한국의 어느 마을에서 천연수소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나는 즉시 광화문에 달려가 너울너울 춤을 출 것이다. 그리고는 외칠 것이다. 선열들이시여! 당신들은 한반도를 사기 분양받으신 것이 아니었군요. 당신들의 후손들이 살아갈 영광스런 오늘날을 위하여 당신의 후손들이 고난과 수치를 극복하며 나아갈 힘을 우리의 DNA 속에 묻어두셨군요!
수소경제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의 눈초리를 받으며 두 다리가 흔들리도록 걸어온 날이 길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한국의 수소경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소인들이여, 힘을 내라!
김종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85kimjc@g-enews.com














![[뉴욕증시] '매파적 금리 인하’ 우려 속 혼조세](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5121006482607399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