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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변동불거(變動不居), 변화와 지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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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변동불거(變動不居), 변화와 지혜의 시대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2025년 전국 대학교 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됐다.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으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격동과 불확실성을 상징하며 단순 유행어를 넘어 시대를 진단하는 상징적인 단어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여야 간 극한 대립과 법정 공방을 정치적 사건으로 꼽았으며, 국제적 혼란과 기술·산업 변화가 맞물려 사회에 큰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교수들은 이에 대응할 지혜와 새로운 사회구조 필요성을 강조하며 ‘변동불거’의 의미를 역설했다.

‘변동불거’는 주역에서 유래해 세상과 인간 질서가 머물지 않고 흐른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변화 속 적응과 균형의 지혜로 해석되며, 현대 사회에서는 산업·기술 혁신과 경제 불확실성, 사회 갈등 속에서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지속이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2022년 ‘과이불개’에서 2024년 ‘도량발호’까지 여러 교수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사회적인 오류와 은폐, 권력 남용과 가치 상실을 드러냈다. 이는 시민사회 성찰과 시대적 경고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구조와 가치문제를 환기하고 지식인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도량발호’는 정치권력의 무책임한 행사와 사회적 불균형을 지적하며, 권력과 시민 간 균형 회복과 신뢰 재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감시와 참여의 중요성이 부각됐었고, 학계와 시민사회는 책임과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었다.

2025년 선정된 ‘변동불거’는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적 격동을 반영한다. 중국 '역경'의 “궁즉변”, 일본 메이지기의 “불역유천”, 서구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은 흐른다”와 같이 변화의 필연성을 환기하며, 글로벌 시대적인 경고로서 변화를 직시하고 대응할 지혜를 요구한다.

주역은 세상의 순환과 변화를 핵심으로 본다. 조선 후기 학자들은 사회 변화를 운세와 연결해 해석했으며, 현대에도 불확실성 속 질서 파악과 기회 포착의 지혜를 강조한다. ‘변동불거’는 단순 혼란이 아닌 구조적 전환기로, 성찰과 경쟁 기회를 제공하는 현대적 교훈으로 활용된다.

2위 ‘천명미상’은 하늘의 뜻이 일정하지 않음을 보며 26.37%였고, 3위 ‘추지약무’는 학자들이 권력에 오리 떼처럼 몰리는 현상으로 20.76%였다. 양일모 교수는 이들이 군중적 쏠림과 경제적 투기, 사회적 불균형을 상징하며, 급변하는 사회의 시대적 가벼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개인·집단주의와 자유·공동체주의 가치 변화, 산업화·민주화, 1인 가구 증가, 정치적 무관심과 함께 학자들이 권력에 의지하는 구조적 전환기를 겪고 있다. 시민의식 변화와 핵심 가치 중심 정책 마련이 강조되며, 사회적 고립과 불균형 해결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필자는 글로벌 변화와 불확실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세계적 정치 불안과 경제 불균형, 빠른 기술 변화로 인해 정의롭고 지속이 가능한 구조가 강조된다. 한국 시민사회와 지식인은 감시와 견제 역할을 강화해야 하며, ‘변동불거’는 사회적 방향을 되묻는 질문이다.

사회정의 실현에는 권력남용 대응과 구조적 분석이 필수지만, 핵심 관계자의 의무감 부족과 능력 한계로 책임 추궁이 늦어지며 사회 불신이 심화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참여 없이는 공공질서 회복이 어렵다. 역사적으로 지식인은 권력 부조리와 부패에 맞서 개혁을 이끌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며 7400억 원 규모 공적자금 환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필자는 ‘선비 정신’ 부재와 권력 결탁이 제도 신뢰를 훼손하고 감시 기능을 무력화했다고 강조하며, 구조적 문제와 실질적 견제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 지식인은 공익과 진실을 위해 책임 있게 사회적 문제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사회 쟁점에 개입하고 시민단체와 언론을 비판하며 담론 형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논란이 있겠지만 균형 있는 비판과 책임 있는 행동이 사회 신뢰 회복과 공정한 질서 유지의 핵심 역할을 한다.

올해 ‘변동불거’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권력조차 인간 의지가 아닌 더 큰 우주 질서와 시대 흐름에 의해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 변화와 권력 쇠락의 필연성을 인식하고, 지식인은 겸손과 성찰로 지속이 가능한 질서와 공정한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