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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성탄, 말이 아닌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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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성탄, 말이 아닌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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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성탄절은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지만, 본질은 하나님이 인간 역사로 들어온 성육신의 사건이다. 초월적인 존재가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 선택은 신앙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궁전이 아닌 마구간에서의 탄생은 구원이 권력이나 지배가 아닌, 사랑과 낮아짐에서 비롯됨을 상징한다.

로마 제국 억압 아래 살던 민중에게 성탄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도전이었다. 천사의 소식이 왕이 아닌 들판의 목자들에게 먼저 전해졌다는 장면은 구원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성탄은 두려움 대신 희망을, 배제 대신 포용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로 기존 질서에 균열을 냈다.

예수는 성장 이후에도 권력의 중심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 병자를 고치고 굶주린 이들과 식탁을 나누며 사회적 경계를 허물었다. 산상수훈의 가르침처럼 그의 신앙은 말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다. 성탄 메시지는 정의와 존엄을 향한 실천의 역사로 이어졌다.

2014년 성탄절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의 관료주의와 위선을 비판하며 성직자들에게 자기성찰을 촉구했다. 그는 난민과 약자에 대한 연대와 포용을 강조하며 성탄이 오늘의 삶을 비추는 기준임을 분명히 했다. 이 메시지는 종교의 도덕적 방향을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교황은 바티칸 관료제 개혁과 은행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며, 교회 권위주의를 완화하려 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는 재혼자와 동성애자 문제를 토론에 올리고 신자 의견을 반영하는 참여적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은 종교가 시대 변화와 호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과 한반도 평화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4년 방한과 성탄 메시지, 방북 의지 표명은 분단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빈민가 주교 시절부터 가난한 이들과 이어진 그의 실천적 신앙은 지금도 곳곳에서 성탄의 의미를 살아 있게 만든다.

신임 교황인 레오 14세는 성탄절 행사에서 시드니 총기 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반유대 폭력을 규탄하고 마음속 증오 제거와 안전한 공동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탄의 의미를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로 설명하며, 가난한 이를 위한 콘서트를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도 촉구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단순 교리 암송을 넘어 인간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하고, 사회 윤리와 실천적 신앙의 균형을 묻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머와 친근함으로 신자들과 소통하며 겸손과 열린 자세를 보였고, 권위와 인간적 온기가 결합한 실천적 신앙의 상징으로 널리 평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은 단순 관행 개선을 넘어 교회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 회복을 지향했다. 난민과 가난한 이웃에게 다가가 연대를 실천하고, 전 세계 성탄 현장에서는 그의 메시지가 위로와 희망으로 재현되며, 말보다 실천이 신앙임을 조용히 묻는 삶으로 자리를 잡았다.
2025년 글로벌 지구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도 인간적 연대와 현실 중심적 신앙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그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속에서도 신도와 인간 중심 목회를 실천하며, 교회의 본질 회복과 신앙의 실천적 가치를 강조한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된다.

뇌수막염으로 의식을 되찾지 못한 김하음 양은 뇌사 판정 이후 장기기증으로 네 명에게 새 생명을 남겼다 한다. 가족들은 아이의 따뜻한 성품을 떠올리며 타인을 살리는 결단을 내렸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선택은 사랑과 연민이 실천으로 증명될 때 곧 의미가 있음을 일깨운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한계에 몰리고 있다고 본다. 소득 감소와 필수 지출 증가는 소비 여력이 약화하고, 고용 불안과 정치적 분열은 사회적 피로를 높인다. 제도 개선이 더디며, 정치권의 신뢰 상실은 사회 통합의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탄 메시지는 성탄을 과거의 기념이 아닌 오늘의 기준으로 다시 제시한다. 약자와 난민에 대한 연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책임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과제다. 2025년 성탄절 역시 위로에 머물지 않고, 불평등과 혐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묻고 있다.

지구촌의 가난하고 병든 자, 억울한 자, 착취당한 사람들의 문제는 개인 책임을 넘어 사회·경제 구조, 세계화 등 복합적 요인이 원인이다. 빈곤 악순환과 박탈감은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정부와 국제기구, 지역 사회가 협력해 안전망 강화와 기회 평등, 구조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