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백화점주는 고가 소비 둔화 우려로 약세를 보인 반면, 편의점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기의 좋고 나쁨만으로 소비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격과 접근성, 편의성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유통의 성장이다. 소비자는 대량 구매와 가격 비교가 필요한 상품은 온라인에서 찾고, 즉시 필요한 물건은 가까운 편의점이나 슈퍼를 이용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 경쟁 관계이면서도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유통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비해 정부 유통정책은 여전히 과거 소매업태 구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 대형마트, 슈퍼, 전통시장,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은 사업구조와 소비자 역할이 서로 다르다. 동일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업태별 현실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 역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거대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입점 업체에 불공정한 조건을 요구한다면, 공정경쟁을 위한 감독이 필요하다. 다만, 규제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 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정교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온라인 판매와 배달, 모바일 결제와 고객 데이터 활용 등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 정부 지원도 단순한 시스템 교체를 넘어서 실제 매출 증가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소상공인 지원사업이 복잡한 것도 문제다. 여러 기관이 비슷한 사업을 나누어 운영하면 사업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찾기 어렵고 행정비용도 증가한다. 지원사업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신청부터 교육과 사후관리까지 연결되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통시장도 보호 중심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동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이용을 강요하거나 경쟁업체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역 특색을 살린 상품과 먹거리,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공공기관 확대와 일회성 지원금, 세금 감면만으로 자영업자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임대료·인건비·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폐업 이후 재취업·재창업까지 연결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자영업자를 무조건 생존시키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경쟁력이 낮은 사업의 구조조정을 막으면 경제자원의 이동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실패한 사업자가 과도한 부채에 묶이지 않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재기 지원과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유통산업을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대립 구도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소비자 편익과 기업 혁신, 자영업자의 생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정 업태를 인위적으로 보호하기보다 모든 사업자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어야 한다.
결국 한국 유통산업의 미래는 ‘보호’보다는, ‘경쟁력’에 달려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소상공인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시장을 대신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하고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