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명호의 미술 에세이 (17) 윤병옥 장로 그리고 나의 그림 '내 영혼의 향기'

글로벌이코노믹

한명호의 미술 에세이 (17) 윤병옥 장로 그리고 나의 그림 '내 영혼의 향기'

관세음 -세상의 소리를 보다. 한명호작. 2026이미지 확대보기
관세음 -세상의 소리를 보다. 한명호작. 2026
어제는 평소 존경하던 윤병옥 선생께서 다녀가셨다.

아들이 '성북동빵공장'이라는 유명한 브랜드의 대표이고 람보르기니를 몰고 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허름한 잠바와 운동화 차림으로 남의 차를 얻어 타고 김포까지 오셨다. 맛있는 점심을 사 주시고, 커다란 빵 봉지를 안겨 주시며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한참 잡아 주셨다.

구순의 어르신은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예수의 진정한 제자이시다. 성경 구절을 인용해 세상을 압박하고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 틈에서, 오로지 사랑하고 봉사하는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계신다.

오늘은 나도 내 이야기를 해 드렸다.
선생께서 성경을 읽고 배운 것을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예수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신앙인의 소명으로 살아내시듯, 나 역시 많은 미술 서적을 읽고 미술사나 사조를 이해해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림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내 그림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업한다고 말씀드렸다.

소리들. 한명호작. 2026이미지 확대보기
소리들. 한명호작. 2026
통섭예술인 정수연의 'SUN'. 2026이미지 확대보기
통섭예술인 정수연의 'SUN'. 2026

미국과 이란은 왜 싸우는가.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결국 마음속에 있는 욕망과 증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경전을 인용해 싸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세상 모두가 경전의 원리를 인용하고 학문의 어려운 문장을 빌려 권력을 쥐려 할 때, 대꾸하고 반항하기보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많은 작가들이 '소통'이라는 명분과 '무한한 자유'라는 이데올로기적 기준을 앞세워, 작품의 내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딩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가치는 브랜딩이며, 유명해지면 나의 똥도 팔릴 것이라는 앤디 워홀의 경전이 곧 이 시대의 경전인 셈이다.

이럴 때마다 하나씩 떠오르는 좋은 기억이 있어서 좋다. 내 영혼에 향기를 더해 주었던 작품, 그 이야기들.

한명호(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한명호(서양화가)

글쓴이/ 한명호(1957년생)/ 홍익대 서양화과 및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현대아트갤러리. 갤러리Q, 부산화랑 등 다수), 단체전 및 국제전(화랑미술제-현대화랑, 북경아트페어-아트사이드갤러리 등), 최우수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저서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화가’ 등 다수


한명호 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