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불장'이 두려운 정부, 규제 되돌림 불 보듯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불장'이 두려운 정부, 규제 되돌림 불 보듯

불장에 레버리지·파생상품 규제 강화…시장 안정과 위축 사이 ‘딜레마’
증시 선진화 외치면서 거래 제한 반복…정책 일관성·예측 가능성 흔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증권부장이미지 확대보기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증권부장
올해 국내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상반기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뛰며 ‘꿈의 지수’를 잇달아 갈아치우던 코스피는 9000선을 넘어선 뒤, 하반기 초입부터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5000선을 위협받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투자와 특정 대형주 쏠림, 급격한 변동성 확대 등 역대급 불장의 이면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너도나도 만스피를 외치던 ‘9000피 축제’가 막을 내리자 시장에서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다. 곳곳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으니 정부와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정치권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금융당국은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극단적인 상장 폐지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고사 우려가 나올 정도의 진입장벽을 세웠다.

규제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물론 투자심리까지 함께 얼어붙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거래소는 한술 더 떠 파생상품시장의 증거금률 조정에 나섰다. 실제 9월에도 증거금률 변경이 예정돼 있으며, 증거금률 인상에 따라 추가 증거금 납부나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까지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가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가 시장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최근 당국의 행보를 보면 시장을 키우는 정책과 시장을 누르는 정책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거래시간을 확대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의 시장 안착을 위해 거래한도 규제 유예도 1년 더 연장했다. 현행 규정상 NXT의 시장 전체 거래한도는 한국거래소의 15%, 종목별로는 30% 미만이지만, 당국은 시장 안착을 위해 관련 제재를 유예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을 겨냥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ETF를 비롯해 특정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제한과 일시중단 조치가 가능한 ‘증시 긴급조치권’마저 거론된다. 이쯤 되니 정부가 진짜 원하는 것은 ‘뜨거운 시장’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뜨거운 시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문제는 시장이 결코 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면 거래가 늘고, 거래가 늘면 레버리지 수요도 자연스레 커지는 게 시장 원리다. 변동성이 커진다고 증거금과 투자 한도를 높인다면 거래는 급격히 위축되고, 이는 또다시 규제 완화 목소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증시 선진화’를 외치면서 정작 시장이 활발해질 때마다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 증시는 이제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기관뿐 아니라 ETF와 ETN, 파생상품, ATS 등 다양한 시장과 상품이 서로 연결돼 움직인다. 특정 상품 하나를 규제한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레버리지 상품을 막으면 현물이나 다른 파생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고, 특정 거래소의 한도를 제한하면 투자자들은 또 다른 거래 경로를 찾을 수 있다. 이른바 규제의 풍선효과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이 뜨거워졌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다시 되돌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와 정책 일관성까지 함께 뒷걸음질할 수 있다. 불장이 무서워 규제를 강화하는 순간, 어렵게 키워온 자본시장의 불씨마저 꺼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