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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 토지주‧지자체 반발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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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 토지주‧지자체 반발에 ‘삐걱’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 높은 공공임대주택 비율로 주민들 외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52곳 중 4곳만 지정요건 충족
건산연, “사업과정에서 공공역할에 대한 근본적 고민 필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 공급정책이 후보 사업지들의 외면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815호)’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성시가지 정비사업에 있어 공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정부가 지난 2018년 9·21 대책과 2020년 5·6 대책, 8·4 대책, 올해 2·4 대책 등을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곳곳에서 '공공'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5·6 대책에서 제시된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 초기에는 후보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았으나 사업이 구체화 될수록 갈등이 불거지는 곳이 늘고 있다. 특히, ‘최대어’로 꼽히는 흑석2구역을 포함해 강북5구역, 상계3구역 등에서 사업 시행에 공공이 개입하는 것과 높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8‧4대책에 포함된 공공재건축의 경우 현 조건으로는 정부가 목표로 한 5만가구 공급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었던 대단지들이 다 빠지고 5개 중·소규모 단지만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2·4 대책에서 제시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정부가 5차에 걸쳐 총 52곳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10% 이상 동의율을 확보해 예정지구 지정 요건을 갖춘 곳은 21곳, 3분의 2 이상 동의율을 확보해 본지구 지정요건을 충족한 곳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6 대책에서 발표한 ‘도심 내 유휴 공공택지 개발사업’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용산정비창 개발사업은 토지의 주 활용 용도와 관련해 서울시와의 이견으로 당초 계획보다 사업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며,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도 개발 방향에 대한 서초구와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8·4 대책에서 제시한 태릉골프장, 정부 과천청사 부지, 용산 캠프킴, LH 여의도 부지, 상암DMC 미매각부지, 국립외교원 부지 개발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중심의 개발계획에 대한 주민과 지자체의 반대로 계획이 변경되거나 사업 추진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정책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산연은 기성시가지 정비사업에 있어 공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공공시행 정비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해당 토지의 활용 용도에 대한 정부-주민간의 이견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 때문”이라며, “이러한 주민들의 의사를 정부가 단순히 ‘부도덕한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한다면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 시행 정비사업이 민간 시행에 비해 사업속도나 품질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고,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수익 극대화를 원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토지주들의 이기심을 죄악시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