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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조정 유보에 고심 깊어지는 에너지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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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조정 유보에 고심 깊어지는 에너지 공기업

당정 간 불협화음에 커지는 요금인상 불확실성
요금인상으로 여론 악화 우려하는 여당, 6일 전문가 간담회
노동, 시민사회 지역 단체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계획과 이날 발표한 인상안 잠정 보류, 인상 불가피 입장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노동, 시민사회 지역 단체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계획과 이날 발표한 인상안 잠정 보류, 인상 불가피 입장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결정이 연기된 이후 에너지 공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잠정 연기라곤 하지만 업계는 냉방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5, 6월 인상은 더욱 어려워져 2분기 요금은 사실상 동결로 보는 분위기다.

4일 산자부와 에너지 공기업 등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 힘은 오는 6일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당 관계자는 요금인상에 따른 여파와 문제점에 대해 검토, 논의할 계획이지만 인상 여부나 조정 시기 등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당정협의회에서 요금인상 발표 시점이 사실상 무기한 미뤄지면서 적자로 인한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경 예정했던 '에너지 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 회의'가 돌연 취소되면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회의 내용까지 알려진 상황에서 1시간 전에 행사를 취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과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참석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발표 연기에 대한 종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는 갑자기 취소됐다. 요금 인상안 발표가 미뤄진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의사를 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게 산업부의 해명이다. 이는 너무 궁색한 해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공기업의 입장에선 적자 폭이 매일 커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여당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고 여기고 있다.

에너지요금 인상을 서둘러 관철하려는 산업부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여당 사이의 입장 차가 만들어낸 엇박자란 분석도 나온다. 요금 인상안 발표가 예정됐던 당정협의회에서 시기가 미뤄진 배경도 이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여당이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지난겨울 '난방비 대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조사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에너지요금 속도조절론과 민생안정을 주문의 영향이 가장 큰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발표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는 이를 사실상 '동결'이라 여기는 분위기다. 산업부가 2026년까지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인상해야 하는 목표치는 달성은 어렵게 됐다.

2분기 요금을 동결하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두 공사는 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기요금을 통한 한전의 원가 회수율은 70% 정도에 불과하다. 전력구매대금 조달하기 위해 매달 사채를 발행하는 실정이다. 올해 적자가 5억원 넘게 발생하면 사채발행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결국, 전력구매대금과 기자재, 공사 대금 지급이 불가능하게 되면 현 전력계통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경험했지만, 한전채의 발행 규모가 커지면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한전채 쏠림현상으로 채권시장이 교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총 채권 발행액에서 한전채 비율은 4.8%(37조2000억원)에 달했다.

가스공사의 재무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의 누적된 미수금은 8조6000억원이다. 지난겨울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 2월 가스요금을 동결해 미수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스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62.4%에 불과해 미수금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당국이 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계속해 토로하고 있으나 여당 지도부는 서민 경제 부담 완화와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먼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