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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 10% 지분 ‘파나마 구리광산’ 개발 사업 제동…“계약법, 헌법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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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 10% 지분 ‘파나마 구리광산’ 개발 사업 제동…“계약법, 헌법 위배”

대법원 “광업권 계약 승인법령, 생명권 등 지역 주민의 기본권 침해”
정부의 최대 40년 구리 채굴 허용에 시민들 한 달 넘게 격렬 시위
100억달러 투자한 캐나다 업체 FQM, 국제 소송전 가능성 제기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 주민들이 28일(현지시간) 구리광산 광업권 계약 승인법 위헌 결정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파나마시티 EPA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 주민들이 28일(현지시간) 구리광산 광업권 계약 승인법 위헌 결정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파나마시티 EPA 연합뉴스
한국 업체가 지분 일부를 보유한 파나마 구리광산 개발 사업이 파나마 정부와 체결한 계약이 위헌 결정을 받아 제동이 걸렸다.

파나마 대법원은 광업권 계약 승인법령이 생명권과 건강,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거주할 권리 등 지역 주민의 기본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파나마 대법원은 지난 10월 20일 발효된 정부와 미네라 파나마(Minera Panama) 간 광업권 계약 승인법령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파나마 대법원은 해당 법률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주민의 기본권보다 앞설 수 없다"고 적시했다.

또 계약 과정에서 검토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지난 2011년에 작성돼 최근의 상황을 반영할 수 없는 만큼 정보 접근권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FQM는 오래전 파나마에 자회사 ‘미네라파나마’를 설립하고 노천 구리광산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이 자회사는 캐나다 업체 FQM이 지분 90%,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통합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통합 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LS니꼬동제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012년 코브레 파나마 지분 20%를 취득했다. 하지만 LS니꼬동제련은 지난 2017년 지분 10%를 운영사인 FQM에 매각한 상태다.

파나마 정부는 콜론주 도노소시에 있는 130㎢(1만3000㏊) 규모 구리광산 ‘코브레파나마’에 대한 탐사·채굴 및 광물 정제·판매·홍보 권한을 갱신하는 계약 승인법안을 지난달 16일 국회에 상정했고 법안은 같은 달 20일 닷새 만에 통과됐다.

이 법은 이미 도노소 구리광산에서 조업 중이던 미네라 파나마에 광산 개발 등 권한을 지난 2021년 12월 22일부터 20년간 부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코브레파나마는 매장량 21억4300만t에 달하는 파나마 최대이자 세계 10위권 구리광산이다. 파나마 정부가 최대 40년간 구리 채굴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의 결정에 격분한 시민들이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반대 시위에서 도로 점거와 기물 파손, 시위대를 향한 총격 사건으로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의 경찰이 다쳤다.

대법원 판결 소식에 반대 시위를 벌인 지역 주민과 환경 운동가, 교사, 학생, 건설 노동자 등은 즉각 환영했다고 현지 일간지 라프렌사가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계약 조건이 외국 업체 측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부패한 정부 관료가 계약에 관여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해왔다.

그간 환경운동에 큰 관심을 보여온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지난 18일 파나마 시위대를 지지하는 동영상을 공유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도로 점거와 기물 파손, 시위대를 향한 총격 사건 등 악화일로에 있던 사회적 혼란은 일단 수그러들 전망이다.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캐나다 업체 측에서 국제 소송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FQM에게 이번 판결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광산 계약 취소에 대한 중재 절차를 제기한 뒤 자산 매각 방식으로 철수한 10여년 전의 경험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FQM은 파나마 구리광산에 지난 10년간 약 100억 달러(12조9500억원)를 투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