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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층간소음 해결책은 알맹이 빠진 대책”…시민단체, 전수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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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층간소음 해결책은 알맹이 빠진 대책”…시민단체, 전수조사 필요

5% 대상 샘플 조사, 층간소음 제대로 검사 불가
실효적 층간·측간소음 검사 기준, 측정방식 도입 필요
층간소음 기준 미달 시 적절한 사후공사 방식도 문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정부가 ‘아파트 준공 승인 불허’라는 강경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시민단체는 전 세대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건설사의 책임 강화는 긍정적이나, 기존 검사 기준이나 측정 방식으로는 층간소음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11일 정부가 발표한 해결책은 층간소음 검사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신규 아파트에 대한 시공사의 보완 공사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준공 승인을 불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강화를 위해 표본조사 대상을 전체 가구 2%에서 5%로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고강도 대책으로 포장했지만, 알맹이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체 가구의 5% 대상 샘플 조사만으로는 층간소음을 제대로 검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책임 강화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며 샘플 20% 조사에서 시작해 전수조사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건설현장 작업자의 숙련도나 시공사의 품질 관리에 따라 세대별 층간소음 차단 여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했을 때 사후 보강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건물을 모두 뜯어내고 재시공하지 않는 이상 층간소음을 잡기 위한 보강 시공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며, 대대적인 시공으로 인한 입주 지연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신축 아파트 관리를 강화해도 구축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앞서 정부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선 소음 저감 매트 시공 비용을 최대 300만원까지 저리로 빌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국토부는 올해 5000가구가 융자를 받아 소음 저감 매트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 15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자기 돈을 들여야 하는 탓에 호응이 극히 낮았다. 올해 21가구를 지원한 데 그쳤다.

내년도 매트 설치 지원 예산은 27억원(900세대)으로 대폭 줄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구에는 매트 설치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외에는 기존 아파트의 층간소음 저감 방안을 마땅히 내놓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한 정부 조치에 비상이다.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마감재와 바닥 설계 개발에 나선 상태다.

층간소음 측정 기준 자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공 승인 불허’라는 새로운 처벌 규정이 생기면서 공사를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양가 상승도 우려된다. 가뜩이나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주택자의 주거비용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커졌다.

바닥을 두껍게 시공하거나 특수 재료를 사용하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이는 건설사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주택 수요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규정이 엄격해지면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중견 건설사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사들이 현재의 시공 기준만 제대로 지킨다면 기준 미달로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은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층간소음과 관련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던 게 문제”라며 “기존 규정을 지키도록 강제한 것은 유의미한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층간소음 측정방식이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국내 아파트 대부분은 벽체 위에 슬래브를 얹는 구조다. 각 세대가 벽면으로 위아래 좌우측면으로 연결돼 있기때문에 소음이 층간 또는 측간소음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지금처럼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방법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하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소음보다 수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자 관계자는 “단순히 위아래층의 평면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실제 상황을 반영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