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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부동산 중개업 소멸 ‘시간 문제’ 전망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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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부동산 중개업 소멸 ‘시간 문제’ 전망 나오는 이유

미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이 손님에게 매물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이 손님에게 매물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 널리 확산되면서 많은 산업 분야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업도 머잖아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각)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호프스트라대학의 앤드류 스필러 교수가 최근 내놓은 진단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들, 여행업계 종사자들 전철 밟을 가능성 커”


스필러 교수는 부동산 시장 평가와 리츠사업(부동산투자업)과 관련한 연구 등으로 미국부동산학회(ARES)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부동산 전문가다.

그는 최근 포춘과 가진 인터뷰에서 부동산 중개인들이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스필러 교수는 “여행과 관련한 정보를 소비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게 제공하는 여행업계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정보의 게이트키퍼, 즉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수많은 정보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부동산 중개인들 역할이 점점 약화되는 이유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MLS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이 부여돼 있어 부동산 거래가 필요한 소비자들은 이들을 거치지 않고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MLS 시스템이란 미국에서 주정부 면허를 소지한 전문 부동산업체들이 포괄적인 매물 정보를 공유하는 웹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현시점에서는 웬만한 여행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MLS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펼쳐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스필러 교수는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부동산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질로우(Zillow)나 리얼터닷컴(Realtor.com) 같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엄청난 합의금 물고 송사 마무리한 이유


그는 이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 자체가 완전히 소멸될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에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하던 역할과 현재 하는 역할 사이에 이미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역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스필러 교수는 미국 최대 부동산중개인 이익단체인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최근 합의를 통해 초대형 송사를 어렵사리 해결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부당한 담합 과정을 통해 과도한 부동산 중개료를 부과해 왔다는 소송을 부동산 소비자들이 제기했는데 법정에서 맞서는 방법이 아니라 무려 4억1800만달러(약 5600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소송을 마무리했다.

부동산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업자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지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소비자들과 송사를 이어가는 것보다 불을 끄는 데 주력한 결과라는 얘기다.

스필러 교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소비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부동산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부동산을 거래하는 소비자들이 널리 확산된 상황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