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공공기관 통합은 간판을 바꾸고 조직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 아니다. 기관의 재무구조와 사업 영역은 물론 직원의 고용, 국민의 부담, 민간 주주의 재산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 결정이다. 그렇기에 통합의 명분은 분명해야 하고 그 효과는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한다고 해서 검증의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우려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통합 이후 부채비율이 600~800%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가스공사 역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두 기관을 합치는 것이 과연 재무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부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관을 합친다고 부채가 저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와 사업 효율화 효과가 부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통합은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기존의 재무 위험을 한 곳에 모으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
물론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통합을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정부에 있다. 다만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설계한 정책은 시행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용과 갈등을 낳기 마련이다. 통합의 당사자조차 구체적인 목적과 실행 방안을 알지 못한다면 정책의 완성도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통합이 언제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중복 기능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이며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면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통합 자체가 목표가 되는 순간 정책은 길을 잃는다. 조직을 합치는 데 드는 비용과 통합 이후의 기대 효과를 비교하고 부채를 어떻게 줄일지, 사업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 구성원과 주주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부터 따져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자원 분야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도 이런 검증 위에서만 설득력을 얻는다. 통합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와 명확한 재무 개선 계획, 사업 이관의 타당성, 이해관계자 보호 대책을 공개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통합 시기와 방식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절차와 검증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기관을 합쳤느냐가 아니라 국민에게 어떤 이익을 돌려줬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검증 없는 통합은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 통합은 속도전이 아니다. 국민의 돈과 권리가 걸린 정책인 만큼 명분과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졸속 통합은 멈춰야 한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