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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란發 유조선 운임 10배 폭등에 美 원유 亞 수출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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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란發 유조선 운임 10배 폭등에 美 원유 亞 수출 '마비'

걸프만~아시아 VLCC 운송비 항해당 8,000만 달러 돌파… 배럴당 운송비 5달러서 35달러로 폭증
아시아 정유사 美 원유 주문량 50% 급감… 11월 아시아 도착 물량 '7년 만에 최저치' 전망
단거리 유럽·중동 원유엔 기록적 프리미엄, 장거리 美·서아프리카산은 '눈물의 덤핑 할인'
2025년 3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유조선이 수입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유조선이 수입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해역의 원유 수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유조선 운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미국산 원유를 아시아로 운송하는 경제성이 사실상 소멸하는 초유의 물류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걸프 연안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용선 비용이 평년 대비 10배나 폭등하면서 아시아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구매를 대거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원유 교역망이 인근 지역 간 단거리 거래 위주로 급속히 쪼개지는 등 유가와 물류 전반에 심각한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25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외신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조선 운항 경로가 심각하게 꼬이면서 가용 선박 부족으로 해상 운임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중국 등 아시아 주요 항만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운송비용은 이달 초 한 항해당 최대 8,000만 달러(약 1,11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분쟁 이전 수년간 유지되던 평균 운임 수준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들어 운임이 다소 진정세를 보였음에도 이번 주 기준 미국발 아시아행 VLCC 용선 비용은 여전히 약 6,000만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배럴당 운송비만 35달러 육박… 아시아 주문 50% 급감해 '7년 만의 최저'


과도한 물류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아시아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 구매를 일제히 중단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인용한 익명의 원유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이번 달 아시아 정유사들의 11월 인도분 미국산 원유 주문량은 지난 9월 대비 약 50% 급감한 2,500만 배럴 수준에 그쳤다.

선박 추적 전문 분석가들은 현재의 월간 거래 주기 동안 이 같은 저조한 발주 흐름이 지속될 경우, 오는 11월 아시아로 유입되는 미국산 원유 물량은 최근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 위기감으로 반사이익을 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미국의 원유 수출이, 정작 선박 부족이라는 물리적 해운 병목에 가로막혀 멈춰 서게 된 셈이다.

'바스라~오만 셔틀'에 묶인 선박 80척… 병목 현상에 글로벌 선복 고갈

해운 시장을 마비시킨 근본 원인은 중동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을 피해 원유를 우회 수송하는 과정에서 유조선들이 장기 억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선박 간 원유 환적(STS) 작업이 급증하면서 해협 밖 환적을 대기하는 초대형 유조선들이 수주 동안 바다에 발이 묶여 있다. 이른바 '오만 셔틀' 작전에 투입된 VLCC만 약 80척 규모로 불어났다.

문제는 대기 시간 지연으로 인해 이라크 바스라에서 오만 소하르까지의 평균 왕복 운항 일수가 최적 기준(9~10일)의 2배가 넘는 23일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여기에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일대의 고위험 원유 수송에 파격적인 웃돈이 붙으면서 글로벌 유조선들이 중동 단거리 셔틀로 대거 쏠렸고, 결과적으로 미국 멕시코만과 대서양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선박이 전 세계적으로 고갈됐다.

미국 대형 정유사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의 랜디 호킨스(Randy Hawkins) 국제 원유 공급·거래 담당 부사장은 이번 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걸프 연안에서 아시아로 VLCC 1척을 운항하는 비용은 2025년 평균 배럴당 약 5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배럴당 30~35달러에 이른다"며 "급등한 운임이 글로벌 유가 형성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까운 기름이 최고"… 북해산엔 '20달러 프리미엄', 美·아프리카산은 '눈물의 할인'


기록적인 해상 물류비는 글로벌 원유 가격 체계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정유업체들이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원유로 눈을 돌리면서, 단거리 노선의 원유에는 사상 최대 프리미엄이 붙는 반면, 장거리 운송이 필요한 원유는 대규모 덤핑 할인에 내몰리고 있다.

유럽 정유사들이 수송 거리가 짧은 인근 북해산 원유를 집중 매입하면서, 지난주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 벤치마크는 기준 선물가 대비 배럴당 20달러라는 역대 최대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노르웨이산 중질유인 '요한 스베르드룹(Johan Sverdrup)' 역시 배럴당 24달러라는 기록적인 웃돈이 붙었다.

반면 아시아나 유럽으로 장거리 운송을 거쳐야 하는 생산국들은 막대한 운임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눈물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산 원유는 높은 운송비를 상쇄하기 위해 일부 등급의 경우 배럴당 마이너스(-) 20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저 할인 폭을 기록했다.

미국 내수 시장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MEH) 허브의 WTI 프리미엄은 9월 초 배럴당 3달러 선에서 0.25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중동 원유와 유질이 유사해 아시아 수출 비중이 높았던 멕시코만산 마스(Mars) 중질유 프리미엄 역시 지난 3월 말 배럴당 17.50달러에서 6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글로벌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촉발한 해운 대란으로 인해 원유 시장이 전 세계가 연결된 단일 시장에서 지역별 폐쇄 시장으로 파편화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선박 병목과 고운임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는 한, 아시아 수입국들의 원유 조달 비용 상승과 정제마진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