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11%, 저기는 10%… 다른 점유율 내놓는 회사도
점유율 표기는 명기돼 있지만 확인 규정 없어
아예 없앤 회사도… 금감원 "법적 구속력 없다"
점유율 표기는 명기돼 있지만 확인 규정 없어
아예 없앤 회사도… 금감원 "법적 구속력 없다"

글로벌이코노믹이 28일 국내 주요 10대 증권사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시장점유율에 대한 표기가 중구난방인 것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표기는 '권고'일 뿐 법적으로 명시된 규정은 없다. 다만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반기보고서 등이 기업에 실상을 알 수 있는 민감한 자료라는 점에서 투자자 혼란을 막기 위해 명문화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5일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은 8.98%다. 참고로 제시된 타사의 점유율은 삼성증권이 8.48%, 한국투자증권이 7.41%, KB증권(구 현대증권)이 7.31%다.
양사 자료의 수치 차이는 NH투자증권은 전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수탁수수료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산했고, KB증권은 지분증권 위탁매매 수수료를 기준으로 작성했기 때문이다.
똑같이 시장 점유율을 제시했는데 기초로 삼은 자료가 다르다보니 투자자에게 혼동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문제는 이정도가 아니다.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제시에서 차이가 나는 증권사도 있다.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지분증권 수탁수수료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계산했다. 출처 또한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정작 점유율은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대우는 자사의 지분증권 수탁수수료 금액 기준 점유율이 11.70%라고 제시했다 KB증권 자료에 10.79%로 제시된 것을 감안하면 1%포인트 이상의 숫자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대우는 NH투자증권의 수수료 점유율은 9.70%이며 삼성증권은 7.90%, KB증권은 8%, 한국투자증권은 6.50%라고 명기했다.
이는 보고서내에 제시된 금액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이 제시한 지난해 삼성증권의 지분증권 수수료는 2512억4100만원이나 미래에셋대우는 삼성증권의 지분증권 수탁수수료가 2276억5500만원이라고 제시했다.
FISIS를 보면 삼성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지분증권 수수료는 KB증권이 제시한 금액(2512억4100만원)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대우는 주석으로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자료 미기재"라고 적시했다.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해 점유율 계산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금융투자상품 전체 수수료 기준으로 점유율을 작성했다.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수수료 점유율은 7.97%다. 미래에셋대우(8.73%)와 NH투자증권(8.39), 한국투자증권(6.97), KB증권(6.87%), 신한금융투자(6.59%) 순이다.

아예 '다른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제시한 회사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손익 기준 시장점유율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지난해 영업수익 시장점유율은 4.40%이며 영업이익은 4.22%, 당기순이익은 3.92%다.
한국투자증권도 손익 기준 시장점유율을 제시했다. 영업수익은 8.3%, 수수료수익은 9.0%이며 금융수익은 8.6%, 영업이익은 14.8%, 당기순이익은 15.2%다.

이 회사는 하나금융투자와는 달리 경쟁사의 점유율도 표기했다. 이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업계 전체에서 7.1%이며 삼성증권은 7.4%, NH투자증권은 14.9%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대우는 업계 전체에서 1.7%, 삼성증권은 10.2%, NH투자증권은 13.2%다. 한국투자증권(15.2%)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대신증권의 경우 주식, 선물, 옵션의 점유율을 제시했고, 주요 경쟁사(삼성,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현대)의 손익 점유율 현황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영업수익은 전체 업계 기준 5.40%다. 삼성은 6.50%, NH투자증권은 11.56%이며 미래에셋대우는 8.3%, 현대는 6.70%다.
대신증권이 제시한 수치를 보면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3.08%이며, 미래에셋대우는 8.94%, 삼성은 8.06%, 현대는 6.90%, NH는 6.40%다.
하나금융투자가 제시한 수치와는 또 다르다. 대신증권 측은 자체조사를 통해 점유율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은 타사와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주식이다. 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주식 점유율이 16.67%이며 올 1분기는 16.34%다.
다만 이 점유율에 대한 기준이나 조사방법 등의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익명의 회계사는 점유율 표기가 이같이 중구난방인 것과 관련 "작성하는 사람들이 시장 점유율 같은 부분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재무제표 확인도 바쁜데 점유율까지 제대로 적시했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작성 지침 등으로 보고서 작성시 점유율 등을 표기하게 했지만 가이드라인의 성격이기 때문에 누락하거나 한다 해도 강제성은 없다"면서 "주요하다 판단되면 표기하도록 요청하고 있으나 법령 등으로 구속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분기 보고서에 점유율을 적지 않았다. 주요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점유율을 표기하지 않은 회사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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