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 시총도 4조 증발…"개인전문투자자 기준 대폭 높여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장 안팎에선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위험을 방치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CFD 진입 문턱을 대폭 높이고 매매 주체 관련 정보 수집과 모니터링 강화,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거래소 시장 감시시스템 개선 등을 주문했다.
9개 상장 종목이 갑작스러운 대량 매물 출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그 피해는 순수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세방, 선광,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CJ 등 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기준 6조2870억원으로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달 21일 15조3665억원보다 9조795억원(59.1%) 감소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 달 24일부터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반대매매 물량에 하한가 행진을 지속하는 등 단기에 폭락했다.
코스피에서 자산 가치주로 꼽히던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3개 종목의 시총은 단 3주 만에 73∼81% 사라졌다. 대성홀딩스 시총은 지난 달 21일 2조원대에서 현재 3천8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인 선광 시총은 단기에 83% 가까이 증발했다. 다우데이타 시총 역시 1조6680억원에서 5845억원으로 65% 감소했다.
이들 9개 종목 폭락 사태의 불똥은 증권주에도 튀었다. 상장 증권주의 시총은 지난 달 21일 23조원대에서 지난 12일 19조2000억원대로 3조9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 호전 소식에도 폭락 사태 여파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증권주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폭락 사태로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주가조작 일당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련 제도 완화도 논란이 되고 있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 가격변동 위험에 투자해 차액을 얻을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해 개인 투자자들이 CFD로 몰려들게 길을 열어줬다는 점과 장외파생상품 위험이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독 부실의 책임을 CFD 제도와 이를 취급한 증권사의 문제로만 돌리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앞서 금감원은 작년 12월 런던사무소가 CFD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는 등 금융위원회에 CFD 관련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CFD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사기·현혹, 규정 회피, 미인가 관계회사 활용 등 문제점이 있어 상당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2금융권 신용위험 가능성,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 등의 불안 요인이 산적한데 감독 당국의 위기의식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2021년 CFD 증거금 최소 비율을 40%로 강화하는 등 금융당국은 과한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을 방지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해명했다.
김태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d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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