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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민연금의 한샘 수익률을 보니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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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민연금의 한샘 수익률을 보니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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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정치권이 일부 지분만으로 기업을 인수해 일반주주에 피해를 주는 약탈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을 추진하면서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일반주주의 권익보장을 위해 1998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27년 만에 재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주식 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일반주주 권익 제고를 위해 경영권 변경 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윤창현 의원실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쳤고 6월에 개정법률안을 상정하면 7~8월에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기업들이 M&A를 할 때 오너가의 지분만을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는 반면 일반 개인주주들은 물론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 조차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해 상대적인 손실을 입는 처지입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손실은 국민들이 받아야 할 연금을 축내는 셈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기업 M&A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한채 주가가 떨어진 이후에 주식을 팔아 손실를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대표적인 사례로 한샘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샘의 최대주주였던 조창걸 전 명예회장은 2021년 7월 지분 15.45%(363만5180주)를 하임 유한회사에 넘기면서 주당 22만2100원 상당에 매각했습니다. 매각 당시 한샘의 주가는 11만6500원으로 조창걸 전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은 90.6%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렸습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갖고 있는 한샘 지분은 2020년 12월 말 기준 6.92%(162만9446주)에 달했으나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한샘 오너가가 누렸던 혜택을 받지 못한채 주식을 그대로 들고 있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오히려 2021년 8월 30일 한샘 지분을 8.43%(198만3038주)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공시했는데 8월 30일의 한샘 종가는 11만5500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2년 1월 6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한샘 지분 1.02%(23만9617주)를 팔아 지분이 7.41%(174만3421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샘의 이날 종가는 8만7000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기간동안 한샘 주식을 높게 사들인 후 싸게 팔아 1주당 약 2만8500원의 매매 손실을 입었고 금액으로는 68억2900만원 규모의 손실로 추정됩니다.

한샘의 지난 1년여간 주가 변동 추이. 키움증권 HTS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한샘의 지난 1년여간 주가 변동 추이. 키움증권 HTS 캡처

국민연금공단은 의무매수공개제도가 시행됐다면 한샘 오너가와 비슷하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겠지만 이를 적용받지 못했고 더욱이 한샘 주식을 사들이면서 매매 손실마저 입게 됐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어 2022년 8월 16일에는 한샘 지분 1.02%(23만9514주)를 팔아 지분을 또다시 6.39%(150만3907주)로 낮춘 것으로 공시됐습니다. 이날의 한샘 종가는 5만6900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행되지 못한 탓에 한샘의 주가를 그대로 들고 있다 오너가가 받은 금액의 1/4 수준에서 처분한 셈입니다. 그만큼 또다시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줄어든 셈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들어서도 한샘 주식 매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3월 23일 한샘 지분을 1.04%(24만3832주) 팔아 지분을 5.35%(126만6075주)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의 한샘 종가는 5만2800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5월 3일 또다시 한샘 주식을 9038주 판 것으로 공시됐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갖고 있는 한샘 지분은 5월 3일 기준으로 5.32%(125만1037주)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한샘의 주식을 적기에 팔 기회를 놓쳤고 뒤늦게 한샘 오너가가 받은 매각가격의 1/4 수준에서 주식을 파는 등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고 이는 곧 국민연금공단의 수익률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한샘의 5월 31일 주가는 4만5500원 수준으로 한샘 오너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받은 주당 22만2100원의 20.5% 수준으로 약탈적 M&A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한샘 보유 지분 가치는 오너가의 경영권 매각 당시 시가보다도 절반 이상 떨어져 국민연금공단에 적지 않은 손실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증권용어 의무공개매수제도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피인수회사 주식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될 때 인수회사는 전체 주식의 50%에 1주를 더한 분량에 대해 공개매수청약 의무를 지게 되며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에 해당 주식을 구입해야 합니다. 다만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에 미달하면 청약물량만 매수해도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의무제도는 지난 1997년 도입됐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 때문에 1998년 폐지됐습니다.

이 제도가 사라진 후 최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비싼 값에 주식을 팔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는 제 값을 받지 못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원인의 하나라고 지저되어 왔습니다.

반면 유럽,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 금융시장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없지만 회사법에 이사회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도록 하는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고 대부분 지분 100%를 인수토록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미국의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할 때에도 지분 100%를 사들였고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에도 지분 100%를 매입하고 있어 기업 M&A 시 미국의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은 최대주주와 같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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