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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공모펀드 ETF' 추진에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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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공모펀드 ETF' 추진에 찬반 '팽팽'

"공모펀드시장 살려보자" 자산운용사들, 상장 모색
"기존 상품 700개 포화" 증권사들, 손해 확실 냉담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와 손잡고 공모펀드 상품의 거래소 상장 방안을 모색중이다.여의도 증권가 전경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와 손잡고 공모펀드 상품의 거래소 상장 방안을 모색중이다.여의도 증권가 전경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협회와 손잡고 공모펀드 상품의 거래소 상장 방안을 모색중이다.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만큼 이 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다. 공모펀드 상품의 구조를 아예 ETF(상장지수펀드)처럼 바꿔 물량을 유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공모펀드 상장을 위해선 증권사들이 LP(유동성 공급자)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증권사의 반응은 냉담 하다. 이미 증권가에서 취급하는 ETF 수 만도 700개가 넘는데 자산운용사들이 내놓는 ETF 상품에 고객들이 얼마나 주목할지 장담 할 수도 없다.

증권가 일각에선 자산운용사와 손 잡을 바에는 증권사 스스로가 더 좋은 ETF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 20여곳이 사장단 회의를 열어 공모펀드 상품을 거래소에서 직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공모펀드 상품의 거래소 직상장은 올해 취임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적극 건의했다. 금융당국도 자산운용사들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며 공모펀드 상품의 거래소 직상장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 상장에 나선 까닭은 공모펀드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든 반면, ETF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탓이다. 실제, 국내 17개 은행에서 판매되는 국내 공모펀드 잔고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9조6463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25% 가량 줄었다. 2021년 말 60조원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하고 있다.

반면,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00조원이 넘어섰다. 지난해 말 ETF 순자산 규모는 78조5116억원이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약 6개월 만에 30%가 불어난 것이다. ETF 시장은 상품이 처음 출시된 2002년(3444억원)과 비교시 290배나 성장했다.

ETF의 인기는 매도와 매수가 자유로운 거래 편의성과 낮은 수수료에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공모펀드에도 적용해보겠다는 구상이다.

단, 증권사들과 몇몇 운용업계 실무진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회의적이다.

증권사들은 처음부터 중소형 운용사들의 LP로 나서고 싶지 않았다. 공모펀드를 상장시킨다고 해서 인기를 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통상, ETF는 상품의 매수ㆍ매도 호가를 통해 거래를 체결하게 하고 가격 발견을 돕는 유동성 공급자, 즉 LP가 없으면 운영이 되질 않는다. 국내 자본 시장에선 이 역할을 증권사가 담당해 왔다.
증권사들은 헷지(손실 보전)를 위해 해당 상품의 종목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해야 한다. 시장에서 구하지 못하면 통상 계약을 맺은 운용사에서 빌리게 된다.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증권사는 손해만 보게 된다.

한 중소 운용사 관계자는 "ETF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기 위해선 공모펀드 물량을 받아줄 증권사와 LP 계약부터 맺어야 한다. 그 LP는 보통 손실을 보는 구조다"며 "이것을 감내해 나갈 만한 증권사가 어디 있겠냐, 그룹사조차 없는 중소형사의 경우 그만한 신뢰 관계 구축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상장된 ETF도 거래량이 없어서 사실상 시장에서 판매가 중단된 상품이 대다수다. 껍데기만 다르게 판매한다고 누가 사고 싶어 하겠냐"며 "시중의 공모펀드와 비슷한 경쟁 상품들은 이미 ETF로 다 상장됐다. 펀드에 ‘클래스’ 하나 붙인다고 특별히 경쟁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일부 증권사들의 LP를 꺼리는 풍조도 관측된다.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불안을 달래고자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LP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급은 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불법 공매도'로 낙인찍고 이슈화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논리를 일부 받아들여서 증권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이후 증권사들의 LP 업무가 위축돼 일부 거래량이 적은 ETF의 괴리율이 크게 오르는 결과도 낳았다.

액티브(Active) ETF 등이 도입되면서 이미 공모펀드와 ETF간 경계선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까진 액티브 ETF가 ▲기초지수와 상관관계 0.7 이상 유지 ▲일일 자산구성내역 공시 등의 규제에 따르므로 액티브펀드라기보단 패시브펀드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 다만, 액티브 ETF 역시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공모펀드 ETF'와 '액티브 ETF'는 큰 차이가 없어진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공모펀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모펀드 자체가 장기 투자의 성과를 얻고자 구상된 금융 상품이다. 그런데 매수와 매도가 자유롭게 설정해 놓으면 당초 계획해놓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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