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배럴당 $20 오를 때마다 한국 연 30조 원 추가 부담
미·이란 2차 협상 붕괴, 선박 통항 135척→사실상 0, 브렌트유 106~107달러, 한국 원유 수입의 95% 차단 위기
미·이란 2차 협상 붕괴, 선박 통항 135척→사실상 0, 브렌트유 106~107달러, 한국 원유 수입의 95% 차단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AP통신·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BBC 등 주요 외신의 25일(현지시각) 보도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차 평화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출발 준비 중이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대통령 사위를 전격 귀환 조치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가 미국 대표단을 만나지 않은 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떠나 오만으로 향한 직후였다.
브렌트유는 26일(현지시각) 기준 배럴당 106~107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은 전쟁 전 하루 135척에서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감했다.
협상 교착이 장기화할수록 국내 에너지·물가 충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트럼프의 특사단 취소… 협상 테이블 전면 공백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대표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했다.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며 "이란 지도부 안에서 극심한 내부 분열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누가 지도자인지 그들 자신도 모른다. 우리가 모든 패를 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18시간 비행해서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러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취소 발표 10분 뒤 이란 측으로부터 훨씬 나은 새 제안이 담긴 문서를 받았다. 핵무기 보유 포기가 포함됐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협상 취소 직전까지 "이란 측의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으나,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카이는 이미 전날 밤 "미국과의 회담은 계획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총리 세바즈 샤리프, 군 최고사령관 아심 무니르 원수를 각각 약 2시간 동안 만난 뒤 오만 수도 무스카트로 이동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파키스탄 방문은 매우 성과 있었다. 이란의 전쟁을 영구적으로 끝낼 실행 가능한 틀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공유했다"면서 "미국이 외교에 진정으로 진지한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고 썼다.
샤리프 총리는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전화통화 후 "파키스탄은 진정한 중재자로서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은 이날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 방문 뒤 러시아로 향하기 전 이슬라마바드를 재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프로젝트 디렉터는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미국도 이란도 지금 서로 자신들이 유리한 패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 두 나라 모두 먼저 양보하지 않겠다는 버티기에 들어갔고, 그 사이에 세계 에너지 시장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협상 교착의 뿌리 — 호르무즈·핵·봉쇄의 삼중 교착
이번 협상 결렬은 돌발 사태가 아니다. 전쟁 개시 이후 양측은 세 가지 핵심 쟁점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다. 이란은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공습 이후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고 혁명수비대(IRGC) 쾌속정을 동원해 상선 통행을 실질적으로 차단했다.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 하루 약 2000만 배럴이 이 해협을 지난다.
미국은 4월 13일부터 이란 항구를 향하는 모든 국적 선박을 차단하는 맞봉쇄를 선언했다.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라파엘 페럴타는 최근 이란 유조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란은 미국이 봉쇄를 해제해야만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은 협상 타결 전 봉쇄 해제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에너지 시장 전문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분석가들은 이 교착이 지속될 경우 하루 150만~170만 배럴의 추가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둘째, 핵 프로그램 문제다. 미국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전량을 제3국으로 이전하고 최소 20년간 농축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인용해 이란의 총 우라늄 비축량이 현재 약 11톤으로, 최대 10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핵합의(JCPOA)를 파기한 이후 축적됐다.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5년 농축 중단과 추가 5년 제한 방안에는 열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셋째, 내부 균열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가 누가 결정권을 쥐는지 모른다"고 지적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개전 첫날 피격 사망하면서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승계했지만, 그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협상 전면에 나서지만 전략적 결정권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 협상단을 이끄는 의회의장 모하마드-바게르 갈리바프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출신으로 대미 협상에 회의적인 강경파다.
레바논 화약고 재점화… 협상 공백이 부른 연쇄 위기
협상이 공전하는 사이, 레바논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군 수뇌부에 "레바논 헤즈볼라 표적에 강력한 타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빈트 제베일·티레·나바티에 지구 등 여러 곳의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를 공습해 최소 4명이 숨졌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흘 전 레바논 휴전을 3주 추가 연장한 직후 벌어진 공습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중동 레바논 선임 연구원 데이비드 우드는 뉴욕타임스에 "레바논 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이란과의 협상에 쏠려 있는 동안만 유지되는 취약한 구조"라며 "미·이란 협상이 완전히 무너지면 레바논은 곧장 또 다른 전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 디렉터는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이 진정으로 외교를 원한다면 아군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먼저 막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어떤 협상도 이란 내부 강경파를 설득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에 직격… 배럴당 $20 오를 때마다 연 30조 원 추가 부담
이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6월 27일 공표한 2024년 석유수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은 10억3000만 배럴이며, 원유·석유 제품 수입액 총계는 1131억 달러(약 167조1052억 원)로 국가 총수입액의 약 17.9%를 차지했다. 원유만의 수입액은 852억 달러(약 125조8830억 원)였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유가 충격을 계산하면 타격의 규모가 뚜렷해진다. 한국은 연간 10억3000만 배럴을 수입하므로, 배럴당 유가가 20달러 오르면 추가 수입 비용은 약 206억 달러, 원화로 약 30조4365억 원에 달한다.
배럴당 30달러 상승 시에는 추가 비용이 약 309억 달러(약 45조6547억 원)로 늘어난다. 브렌트유가 4월 26일 현재 106~107달러 선에서 거래 중인 점을 감안하면, 전쟁 전 평균(두바이유 기준 연평균 79.58달러, 2024년 석유공사 통계)과 비교해 이미 배럴당 약 27달러가 오른 셈이다.
중동산 원유 비중은 지난해 71.5%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비율은 수입 원유의 95%에 이른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협을 "이란의 확정적 전략"이라고 천명하며 실질 봉쇄를 유지하는 한, 수입 비용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
나프타(석유화학 원료) 가격은 4월 들어 톤당 1141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은 플라스틱·섬유·포장재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원가 압박을 가한다. 현대제철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물류비 증가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어 근거리 물류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5%로 전망했으나, 중동 사태가 악화할 경우 2.0%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회 경로인 아프리카 희망봉 루트를 이용할 경우 운항 기간이 2주 이상 늘어나고, 우회 수송 비용은 기존 대비 50~80% 뛰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으로의 시나리오 — 세 갈래 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협상 결렬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 가지 불편한 선택지를 남긴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군사적 재개, 둘째는 현 봉쇄 유지하며 시간 싸움, 셋째는 미국이 원하지 않는 조건의 타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취소가 군사적 재개를 뜻하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고, 팻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봉쇄를) 필요한 만큼 오래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X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 미군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란 측은 미국이 "최대한의 요구"를 고집하는 한 협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이 다시 공격할 경우 더 심각한 타격을 입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바에즈 디렉터는 "양측이 동시에 해상 통행을 재개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출구"라고 제안하면서도, 서로 자신들이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판단하는 한 먼저 움직이는 쪽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 자지라에 출연한 마크 페이플 전 미국 국가안보 수석보좌관은 "지금은 사실상 압박 게임"이라며 "미국은 이란 경제를, 이란은 호르무즈를 무기로 삼아 누가 먼저 눈을 깜박이는지 보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변수도 주목된다. 이란은 원유 수출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에너지의 약 15%를 이란에서 들여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안에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레버리지를 행사하도록 설득하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