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보통주 기준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21.40% 급등해 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85조3844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그룹부터 4위인 현대차그룹까지 이달 들어 시가총액이 크게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HD현대그룹도 한화그룹의 뒤를 이어 4월들어 주가가 강세를 보이도 있다. HD현대그룹의 시가총액은 82조6900억 원으로 이달 들어 19.11% 증가하고 있다.
이들 두 그룹의 강세는 올해 주도주로 꼽힌 방산주와 조선주를 주력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11개 계열사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9곳이 상승했다. 이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2.06% 상승하며 시가총액은 28조5794억 원에서 37조7412억 원으로 9조1618억 원 불어났다.
뒤를 이어 한화솔루션(20.86%), 한화시스템(20.40%), 한화엔진(18.35%), 한화오션(16.84%), 한화(7.69%), 한화갤러리아(5.39%), 한화투자증권(1.74%), 한화리츠(0.91%) 등이 상승했고, 한화생명(-1.96%), 한화손해보험(-1.77%)이 하락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중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3개사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구조상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 등 3개사에 한화오션 지분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 원이 되돌아오는 셈이다.
한화에너지 등 3개사는 한화에어로 주식 1조3000억 원어치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격 산정 규정에 따른 가격(75만8000원)으로 할인 없이 총 171만5040주 인수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는 3조6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축소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한화오션 지분거래 자금이 승계자금으로 쓰인다는 의혹을 해소하면서 당사 소액주주의 이익도 보호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열사를 동원해 유상증자 금액을 줄였지만, 금감원과 시장의 용인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계열사 참여를 통해 1조3000억 원을 줄일 수 있었음에도 시장에서 3조6000억 원을 조달하려 했던 점도 여전히 비판받는 분위기다.
특히 다른 수단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유상증자만 고집하는 것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신용등급 AA-의 우량한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발행 또는 금융기관 대출 등 여러 대안적 자금 조달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다른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거액의 유상증자를 시도하고 있다"며 "지분 할인과 가치 희석으로 소액주주의 희생이 담보되지만 쉬운 방식이라 강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금조달 구조가 지배주주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하락하면, 지배주주 혹은 특수관계인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율을 높이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다. 지분 가치 희석이 한화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끝끝내 막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길이 남을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자금운용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보다 명확하게 내놔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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