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거시경제 속 비트코인 전 고점 육박
미국·일본 국채 수익률 급등...투자자들 '탈국채' 가속화
기관 투자자 비트코인 ETF 유입 확대 가치 저장 수단 인식 전환
미국·일본 국채 수익률 급등...투자자들 '탈국채' 가속화
기관 투자자 비트코인 ETF 유입 확대 가치 저장 수단 인식 전환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 속에서 비트코인은 최고가인 10만 9,700달러를 돌파하며 전 고점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세계 경제 성장이 정체되며 미국 소비자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제 전반에 경고 신호가 울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한때 비트코인 가격을 위협했던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이제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해석하고 '안전자산'을 찾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부채 위기와 급증하는 국채 수익률이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왜 중요한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국가 부채 상환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진다. 현재 36조 8,000억 달러를 넘어선 미국 부채와 2025년 9,5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 지급액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금리 인하가 최우선 경제 정책임을 시사했으나,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QE)는 금리 인하의 주요 방법이지만, 연준은 현재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대한 우려로 두 전략 모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세계 경제의 근간에 정치적 개입이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신뢰도는 이미 취약한 상태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국채가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문제가 너무 심각해 국채를 외면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마지막 AAA 신용등급 강등은 이러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과 일본의 우려스러운 수익률 급등
지난 22일,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은 5.15%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이며, 그 전에는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재 10년 국채 수익률은 4.51%, 5년 국채 수익률은 4.078%, 2년 국채 수익률은 3.993%다. 202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5년물과 30년물 국채 금리 차이가 1.00%로 확대된 것은 시장이 강력한 성장세,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장기적으로 높은 금리 환경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미국 국채의 최대 외국 보유국인 일본의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1조 1,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일본은 오랫동안 국내에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여 미국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4년 3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0.1%에서 0.5%로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시대는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일본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0bp 급등해 사상 최고치인 3.1%를 기록했으며, 2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999년 이후 최고치인 2.53%까지 상승했다. 지난 1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국가 의회에 부채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의 상황이 그리스보다 더 나쁘다고 경고하며 GDP 대비 부채 비율 260%에 달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장기 일본 채권의 급증은 단기 만기 채권의 급증과는 대조적인데,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1.53%이고 5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1%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정상화함에 따라 일본의 대형 연기금과 보험 기금이 전략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들 기관이 듀레이션 위험과 해외 채권 익스포저를 재평가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보유 채권을 청산할 경우 잠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채권 변동성, 비트코인 가격에 지속적인 영향 미칠까?
미국이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고 일본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회복과는 거리가 멀고, 이는 비트코인에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채권 수익률 상승은 위험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만, 현재 주식과 비트코인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비위험 자산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비록 위험 감수 성향이 있다고 여겨지더라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비트코인과 미국 주식 중에서 비트코인을 선택하는 기관 투자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이달 초 기관 투자자의 38%가 미국 주식에 대한 비중 축소를 보였는데, 이는 2023년 5월 이후 최저치다.
한편,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현물 비트코인 ETF로의 총 자금 유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운용 자산 규모는 사상 최고치인 1,0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급증세는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단순히 고수익 자산이 아닌 금과 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법정화폐 기반 경제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시대에, 비트코인은 예측 가능성과 탈중앙화에 기반한 통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금(22조 달러)이나 기준 달러(부채 제외) 5.5조 달러에도 여전히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흥미롭게도, 현재 상황은 비트코인이 한때 모순됐던 두 가지 주장, 즉 '고수익 위험 자산'이자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주장을 모두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프레임워크가 무너지고 있는 세상에서 비트코인의 이중 역할은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