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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 행진하는 금…ETF 자금 유입도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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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 행진하는 금…ETF 자금 유입도 폭발

시세는 1g당 가격임. 그래프=김성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시세는 1g당 가격임. 그래프=김성용 기자
국내 금 시장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하루 거래량이 1톤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수요가 몰렸고,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시장 전반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금거래소 기준 9일 순금 한 돈 살 때 가격은 70만 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년 9월 11일 순금 한 돈을 살 때 가격은 46만 3000원이었다. 지난해 9월 11일과 비교하면 1년 새 상승폭은 53%에 달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종가 기준 KRX 금현물 1Kg 상품의 1g당 가격은 16만7740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30% 넘게 올랐다.

거래 규모도 폭발적이다. 9일 하루 동안 KRX 금시장에서 거래된 금은 총 무려 1톤이 넘는 1093Kg으로, 올해 일평균 거래량 313Kg의 3.5배에 달했다. 거래대금 역시 1760억 원으로 개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 현물 거래가 주식시장 못지않은 '대장주급' 활황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달러 약세,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가 금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강화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과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금의 대체 투자 매력은 더욱 커진다"며 "국내 금 거래 급증은 글로벌 자금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ETF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종가 기준 상장된 금 ETF 4종의 순자산 합계는 약 1조9734억 원으로 (올해 상장된 3개 종목 포함) 지난해 말(7844억 원) 대비 크게 불어났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ACE KRX금현물 ETF'는 9월 9일 기준 순자산이 약 1조6053억 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금값 강세와 맞물리면서 해당 ETF의 수익률도 크게 개선돼 투자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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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김성용 기자

이에 운용사들도 앞다퉈 금 관련 상품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미래에셋은 최근 총보수를 0.15%로 낮춘 'TIGER KRX금현물 ETF'를 새로 내놓으며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주요사도 글로벌 금 가격을 추종하는 ETF를 출시하며 투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현재 상장된 주요 금 ETF 상품 가운데 ACE KRX금현물이 올 들어 28.03% 수익률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그뒤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금현물(13.46%),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금액티브(9.37%), SOL 국제금(9.07%) 등이 크게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금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등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재조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ETF는 소액으로도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도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삼성 ETF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금 ETF를 비롯한 대체투자 상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금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지만, 글로벌 통화 완화 전환기와 맞물려 장기적으로는 상승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ETF와 같은 간접 투자 상품을 통해 금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묻지마 매수'에 대한 경계심도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환율, 국제 금리 방향성 등 외부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대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 8일 온스당 3646.29달러를 넘어섰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내 50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금리 인하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맞물린 상황에서 '금 선호 현상'이 쉽게 꺾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금 ETF는 단순한 안전자산을 넘어 자산운용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 운용사 중심의 ETF 경쟁이 금 투자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ETF 시장 전체 순자산은 올해 232조 원으로 불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금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안전자산 투자'와 '저비용·분산 투자'라는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리면서, 금 ETF는 앞으로도 증시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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