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자사주 공시 '자율의 시대' 끝났다…상장사 책임경영 본격 시험대

글로벌이코노믹

자사주 공시 '자율의 시대' 끝났다…상장사 책임경영 본격 시험대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공시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공시 위반 시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준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공시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공시 위반 시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준범 기자
상장법인의 자기주식(자사주) 관리가 '경영진 재량'에서 '시장 검증'의 영역으로 본격 이동한다.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공시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공시 위반 시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관련 하위 규정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과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도 이미 금융위 의결을 마쳤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를 둘러싼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계획 공시에 그쳤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실제 이행 여부까지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사주는 주주환원 수단이라는 명분으로 자율적으로 활용돼 왔지만, 공시된 계획과 실제 행동이 어긋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해왔다.

■ 보유 기준 5%→1%로 하향, 공시 빈도는 2배로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가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자사주를 보유하면 보유 현황과 처리 계획을 연 2회 공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5% 이상 보유 시 연 1회만 공시하면 됐다. 기준이 대폭 낮아지고 공시 빈도도 2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자사주 관련 보고서는 사업보고서뿐 아니라 반기보고서에도 첨부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상·하반기 두 차례 자사주 현황을 점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연 1회 공시로는 자사주 변동 추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시장의 불만이 컸던 점을 감안한 조치다.

처리 계획의 구체성도 한층 강화된다. 상장사는 향후 6개월간 자사주 취득·처분·소각 계획을 표 형식으로 상세히 기재해야 하며, 직전에 공시한 계획과 지난 6개월간 실제 이행 현황을 비교해 공시해야 한다. 계획 대비 실제 이행에 30% 이상 차이가 발생하면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시장 상황 변화'나 '경영 환경 고려' 같은 포괄적 표현으로는 면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 반복 위반 시 임원 해임 권고·과징금까지

공시 위반 제재도 대폭 강화됐다. 상장사가 자사주 관련 취득·보유·처분 공시를 반복 위반하면 임원 해임 권고, 증권 발행 제한, 과징금 부과, 형벌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활용해 가중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공시를 단순 행정 의무가 아닌 주주 보호를 위한 핵심 정보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자사주 제도 개선과 함께 정기공시 전반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과 피해 상황, 대응 조치, 향후 전망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그동안 중대재해와 관련한 형벌이나 행정 조치만 공시됐을 뿐, 사고 발생 사실 자체는 투자자가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ESG 관점뿐 아니라 중대재해를 금융 리스크로 관리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합병·분할, 중요한 자산 양수도 등 기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도 공시의 깊이가 더해진다. 경영진이 이사회 구성원에게 설명한 내용과 이사회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쟁점까지 이사회 의견서에 포함해 공시하도록 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형식적인 찬반 공시에서 벗어나 판단의 근거와 논의 과정을 주주에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 자사주 소각 20조 돌파…환원 모멘텀 제도로 뒷받침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 경영 문화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자사주 취득과 소각 규모는 이미 증가 추세다. 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소각액(13조9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자사주를 개별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환원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자사주 처분, 중대재해 발생, 합병 결의 등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투자자에게 적시에 제공될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고,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제도는 시행령 공포일인 이달 30일부터 시행되며, 상장사는 2025년 사업보고서부터 이를 반영해야 한다. 자사주를 둘러싼 '자율의 시대'가 저물고, 책임 있는 설명과 이행이 요구되는 국면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