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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코스닥 IPO시 '추정실적' 신뢰도 '흔들'...상장 첫해 79%가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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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코스닥 IPO시 '추정실적' 신뢰도 '흔들'...상장 첫해 79%가 미달

금융감독원이 30일 공개한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의 추정실적 분석 결과 한국 주식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감독원이 30일 공개한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의 추정실적 분석 결과 한국 주식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30일 공개한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의 추정실적 분석 결과 한국 주식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2024년 신규상장 213개사 중 절반 이상(49.3%)이 미래 실적 추정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했으나 이 중 79.1%가 상장 첫해 약속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심각한 것은 성공 기업의 희소성이다. 105개 상장사 중 추정 실적을 '모두 달성'한 기업은 단 6개(5.7%)에 불과했다. 이는 상장 공모 단계에서 제시된 추정치가 얼마나 신뢰도가 낮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모가 문제도 심각했다. 분석 대상 105개사 중 31.4%인 33개사가 상장일 종가보다 높은 공모가로 책정되었다. 이는 상장 직후 매수한 투자자들이 즉각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의미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더 우려스럽다. 2022년에는 과대산정 비율이 46.6%에 달했으나 2023년 17.7%로 개선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4년 다시 31.7%로 상승했다. 일시적 개선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금감원이 분류한 6대 실패 요인—사업성과 부진(54회), 인건비 상승(28회), R&D 비용 증가(24회), 기타비용 상승(23회), 전방산업 부진(22회), 외부환경 변화(21회)—은 대부분 사전에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신약 임상시험 지연, 경쟁사의 저가 공세, 인력 충원 계획 등은 기업과 주관사가 상장 당시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외부 충격'이 아닌, 보수적 추정의 부재를 의미한다.

데이터상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주관사별 괴리율의 불안정성이다. 동일한 주관사가 2024년 상장사를 주관했을 때, 매출액 괴리율은 0.1%부터 86.1%까지 극단적 편차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57.2%부터 436.5%까지, 당기순이익은 26.8%부터 709.5%까지 들쭉날쭉했다.

이는 주관사의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불균형하거나, 혹은 개별 거래의 수익성에 따라 추정 기준을 달리 적용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같은 업사가 한 건은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다른 건은 과도하게 평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대응안은 체계적이긴 하나, 근본적 한계가 있다. 증권신고서 단계의 체크리스트와 사업보고서의 괴리율 공시 강화는 '사후 통제'에 가깝다. 이미 공모가가 결정된 이후의 조치로는 상장 초기 투자자의 손실을 되돌릴 수 없다.

더 문제인 것은 주관사별 괴리율 비교 공시의 실행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비실명 방식으로 제한적 공개를 진행했다. 주관사가 실명으로 공시되지 않으면 투자자의 선택과 견제라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 금감원이 "향후 점진적 확대"를 밝혔지만, 구체적 일정과 기준이 없다는 점은 개선의 속도와 폭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근본적으로 현 제도는 주관사의 이해관계 충돌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다. 주관사는 인수 수수료 확보를 위해 상장을 성사시켜야 하고, 발행사도 고평가를 선호한다. 양쪽 모두 과도한 추정에 동기가 있다.

상장이 성공하면 주관사와 발행사는 이익을 취하지만, 그로 인한 손실은 상장 후 매수한 후발 투자자에게 이전된다. 체크리스트와 공시 강화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추정실적 기반 공모가 산정이 계속 필요하다면,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주관사의 과도한 추정에 대한 책임(페널티)을 명확히 하거나, 추정 실패 시 발행사와 주관사에게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추정실적 기반이 아닌 공모가 산정(예: 최근 3년 실적 기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도 필요하다. 현재처럼 49.3%의 상장사가 미래 추정에 의존하는 구조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도 측면에서 개선이 필수적이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방향은 옳으나, 속도와 강도 면에서 시장이 원하는 수준에 미칠 것 같지 않다. 규제 기구의 '점진적 개선'이 실제로는 '유지'를 의미하는 아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