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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사상 최고 돌파 초읽기...전쟁이 바꾼 '1조 클럽'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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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사상 최고 돌파 초읽기...전쟁이 바꾼 '1조 클럽' 지형도

전쟁 공포 뚫고 '6천피' 시대 안착... 야간선물 2.8% 급등
대우건설 19년 만에 10조 복귀...방산·재건주 약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Gemini)로 제작한 이미지임.  이미지 확대보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Gemini)로 제작한 이미지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공포의 수요일'이라 불리던 폭락장을 견뎌낸 국내 증시는 이제 종전 기대감과 함께 돌아온 외국인 수급을 바탕으로 체질 개선과 지수 상단 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단순히 지수만 회복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초체력과 주도주 지형도가 통째로 바뀌며 새로운 랠리를 위한 예열을 마쳤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인 4월 17일 기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상장사(우선주 포함)는 총 377곳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종목이 253개, 코스닥 종목이 124개다. 시가총액 10조 원 이상인 우량주 모임 '10조 클럽' 상장사 역시 76곳으로 확인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전의 상황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 3월 4일, 이란 전쟁 발발 초기에 증시가 12.06% 폭락했던 일명 '공포의 수요일' 당시에는 1조 클럽이 331개, 10조 클럽은 72개까지 쪼그라들며 시장에 불안감이 팽배했다. 자산 가치가 하루아침에 증발하는 패닉 셀링 속에서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종전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장중 6000포인트를 터치하며 회복 탄력성을 입증했고, 전체 기업 수는 미국이 이란 공격을 개시하기 직전인 지난 2월 말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전체 상장사 숫자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세부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극심한 지각변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총 최상단은 삼성전자(약 1263조 원)와 SK하이닉스(약 804조 원)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월 말 756.17조 원에서 803.92조 원으로 급증하며 증시 방어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해냈다. 반도체 업황의 견고한 실적이 지정학적 위기를 상쇄한 결과다.

하지만 10조 클럽 전체로 보면 2월 말 78곳에서 현재 76곳으로 2곳이 줄어든 상태다. 시총 3위였던 현대차는 138.00조 원에서 110.15조 원으로 무려 20.18% 급락했고, 우선주인 현대차2우B를 비롯해 에이비엘바이오, 한진칼, 대한항공, 한화 등 5개 종목이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10조 클럽에서 이탈했다. 금리 인상 우려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자동차와 항공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물류 섹터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새로운 수급을 빨아들인 종목들도 등장했다. 삼양식품과 LS가 10조 클럽에 새롭게 진입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2월 말 4.21조 원이던 시총이 11.79조 원으로 183.04% 폭등하며 약 19년 만에 10조 클럽에 복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전후 복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건설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1조 클럽 내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불안정한 대외 정세 속에서 대표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월 말 61.61조 원에서 73.37조 원으로 19.08% 성장하며 자금 쏠림 현상의 최대 수혜를 입었다. 또한 전진건설로봇은 전후 복구 및 재건 수혜 기대감을 바탕으로 시가총액 1조25억 원을 기록해 1조 클럽에 당당히 합류했다. 이 외에 비츠로셀, 케이뱅크 등이 새롭게 1조 원 고지를 밟은 반면, 유안타증권(약 9940억 원)과 HS효성첨단소재(약 9923억 원)는 아쉽게 1조 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체력과 수급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대형주 중심의 외국인 수급 귀환이 뚜렷했다"며 "대내외 변동성은 잦아들고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인 수출과 이익은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달 주요국 증시가 연속적인 반등세를 기록한 것을 볼 때 전쟁은 결국 종전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유효하다"며 "전고점 돌파는 여부가 아닌 시간의 문제"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지난 18일 야간선물 시장에서 현실화됐다. 지난 17일 마감한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2.81% 급등한 962.00으로 거래를 마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냈다. 이에 따라 20일 개장되는 코스피 정규 시장은 기존 사상 최고치였던 6347포인트를 단숨에 뛰어넘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상 최고치 돌파 시도는 단순한 지수 회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동 전쟁이라는 유례없는 악재 속에서 국내 증시는 방산, 재건, 반도체라는 새로운 주도주 라인업을 구축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한국 증시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에 높은 점수를 주며 다시금 매수 버튼을 누르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중반 건설·조선주 중심의 랠리가 지수 2000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업들이 지수 6000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19년 만에 10조 클럽에 화려하게 복귀한 대우건설이나, 1조 클럽에 새로 진입한 재건 수혜주들의 움직임은 향후 한국 증시가 '포스트 워(Post-War)' 국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변수는 존재한다. 고금리 기조의 유지 여부와 환율 변동성, 그리고 실제 종전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잡음이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20일, 마의 6347선을 뚫어낸다면 코스피는 더 이상 '박스권'에 갇힌 시장이 아닌 세계 금융의 중심축 중 하나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라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코스피가 그리는 새로운 지형도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 신호탄"이라며 "외국인 수급의 귀환과 대형주 중심의 이익 견고함이 맞물려 6,347선 돌파는 강력한 추가 상승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전쟁이라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코스피가 그리는 새로운 지형도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여의도 증권가로 쏠리고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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