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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톱' 등에 업은 ETF 500조 시대 눈앞…한투·KB운용 3위 싸움 ‘2282억 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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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톱' 등에 업은 ETF 500조 시대 눈앞…한투·KB운용 3위 싸움 ‘2282억 박빙’

- 국내 ETF 순자산 468조 돌파, 삼성·SK하이닉스 랠리에 코스피200 추종 ETF 폭발적 성장
- 한투운용 33조5255억 vs KB운용 33조2973억...격차는 단 0.05%p, 역전 가능성 상존
자산운용사 ETF 순자산총액 TOP 10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자산운용사 ETF 순자산총액 TOP 10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5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의 주가 랠리가 코스피200 추종 ETF의 순자산 확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가운데, 시장 3위권을 놓고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이 초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468조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이 186조9520억 원, 점유율 39.95%로 1위를 유지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47조7709억 원, 점유율 31.57%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71.5%에 이른다. 국내 ETF 시장의 양강 구도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부분은 3위와 4위 경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3조5255억 원, 점유율 7.16%로 3위를 지키고 있다. KB자산운용은 33조2973억 원, 점유율 7.11%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 회사의 순자산 격차는 2282억 원, 점유율 차이는 0.05%포인트에 불과하다. 대형 ETF 한두 종목의 순자산 변동이나 신규 자금 유입만으로도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ETF 시장의 성장을 이끈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랠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대표 ETF들의 순자산도 빠르게 불어났다. 코스피200 지수 내 반도체 대형주의 비중이 높은 만큼, 지수형 ETF는 가격 상승 효과와 투자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순자산 증가 효과를 크게 누렸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 11일까지 KB자산운용의 RISE 200은 99.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2조2500억 원에서 4조4400억 원으로 2조1900억 원 늘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200 역시 99.67%의 수익률을 보였고, 순자산은 7100억 원에서 1조9300억 원으로 1조2200억 원 증가했다. 다만 순자산 증가는 ETF 가격 상승분과 실제 신규 설정액이 함께 반영된 결과인 만큼, 이를 모두 자금 유입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KB자산운용이 3위 탈환을 노리는 핵심 무기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이다. 이 상품은 신규 상장 ETF임에도 단기간에 1조9000억 원의 순자산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편입하면서도 채권 50%를 함께 담는 구조로 설계돼 반도체 상승장에 참여하려는 투자자와 변동성을 낮추려는 연금·안정형 투자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평가다. 향후 이 상품의 추가 설정이 이어질 경우 한국투자신탁운용과의 격차를 좁히거나 순위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금·AI반도체·미국 지수형 ETF를 앞세워 3위 수성에 나서고 있다. ACE KRX금현물은 국제 금값 상승 흐름을 타고 순자산이 1조900억 원에서 늘어 4조7500억 원에 달했다. 금 현물형 ETF 시장에서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점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테마형 ETF에서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방어력은 만만치 않다. ACE AI반도체TOP3+는 같은 기간 168.0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자산이 7900억 원 늘었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도 77.3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자산이 7800억 원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 나스닥100과 S&P500 등 해외 대표 지수형 ETF에서도 자금이 유입되며 포트폴리오 방어력을 높였다.

두 회사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ETF 라인업 안에서 금, AI반도체, 미국 대표지수 등 히트 상품에 순자산이 집중되는 구조다. 108개 ETF를 운용하면서 종목당 평균 순자산은 약 3104억 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KB자산운용은 137개 ETF를 바탕으로 반도체 혼합형, 배당형, 밸류업, 전력인프라 등 다양한 상품군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종목당 평균 순자산은 약 2430억 원 수준이다.
AI·전력인프라·원자력 등 고수익 테마 ETF 경쟁도 3위 다툼의 또 다른 변수다. KB자산운용의 RISE AI전력인프라는 161.80%, RISE 네트워크인프라는 157.7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테마 발굴 경쟁력을 보여줬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CE AI반도체TOP3+와 ACE 원자력TOP10을 앞세워 고성장 테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의 성장도 두 운용사 경쟁의 중요한 변수다. 디폴트옵션 확대 이후 안정형 지수 ETF, 채권 혼합형 ETF, 배당형 ETF에 대한 장기 자금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수익률 경쟁을 넘어 연금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향후 운용사 순위 경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50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둔 국내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규모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은 '속도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2282억 원에 불과한 격차는 업계 3위 자리가 사실상 실시간 경쟁 구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랠리의 지속 여부, 신규 테마 ETF의 흥행, 연금 자금 유입 속도에 따라 3위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ETF 시장의 성장세가 빨라질수록 한투운용과 KB운용의 자존심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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