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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반도체, '협업'으로 유럽·미국·중국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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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반도체, '협업'으로 유럽·미국·중국 추격

일본 로움의 실리콘 전략반도체.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로움의 실리콘 전략반도체.
전기차, 가전제품, 태양광 패널, 데이터센터 등 전기를 제어하기 위해 모든 기기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전력반도체(Power Semiconductor)'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 분야 세계 점유율 7위인 도시바와 9위인 로옴이 생산 협력을 발표했고, 일본 경제산업성도 설비 투자에 최대 1294억 엔(약 1조1915억 원)을 보조한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EV 전환과 산업기기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전력반도체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조사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6827억 엔(약 24조7036억 원)에서 2035년에는 5배인 13조4302억 엔(약 123조6709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확대를 예상한 일본 업체들의 생산 강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한때 폐쇄했던 야마나시현 공장에 900억 엔(약 8287억 원)을 투자해 2024년 중 재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미쓰비시전기는 구마모토현에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신공장을 건설하고, 기존 공장의 설비를 보강하는 등 약 1000억 엔(약 9208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달(12월), 도시바와 로옴이 양사 공장을 활용한 공동 생산을 발표했다. 협력의 포인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자가 잘하는 제품 생산을 분담하는 것이다.

도시바가 기존 실리콘을 사용한 전력반도체 생산에 경영 자원을 집중하는 반면, 로옴은 실리콘 카바이드를 사용한 제품 생산에 주력할 것이며, 사업 총액은 3883억 엔에 달한다.

실리콘을 사용한 반도체의 제조비용은 실리콘 제품보다 높지만, 에너지 절약 성능이 뛰어나 탈탄소화를 실현하기 위한 차세대 반도체로 EV용을 중심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로옴은 이 실리콘 전력반도체의 연구개발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도시바는 오랜 기간 철도, 자동차 등의 분야에 기존 전력반도체를 공급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양사의 협력에 대해 한 반도체 관련 기업 임원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최대 1294억엔(약 1조1915억 원)이라는 거액의 보조금으로 이 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가 목표로 하는 것은 경제 안보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미중 갈등 심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반도체 부족 등을 배경으로 각국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힘을 보탠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 설비투자의 최소 금액은 2000억 엔이다. 전력반도체 분야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며, 한 기업이 부담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런 금액을 굳이 조건으로 내건 것은 기업 간 협력과 구조조정의 물꼬를 트기 위함이다. 올해 1월 보조금 신청이 시작됐을 때 한 업계 관계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전력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각각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많다. 어느 기술을 채택할 것인가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경영진이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경영진은 단순히 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떤 기술을 채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전력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간 협업, 기업 구조조정, 디지털 마케팅 강화, 경영진의 리더십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