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지수 1970년대보다 현저하게 낮으나 관세 전쟁 파장 우려 증폭

트럼프 정부는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은 일시적인 과도기 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앞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의 조처를 단행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 경제팀이 주장했다.
로이터는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지만, 그 정도가 1970년대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나 '고통 지수(misery index)' 추이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물가가 상승하는 불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물가가 상승한다. 그러나 1970년대엔 미국에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석유 파동에 따른 유가 상승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궁핍 지수 또는 고통 지수로 표현한다. 이 지수는 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수치다. 이 수치가 올라갈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커진다.
로이터는 “고통 지수는 아직 낮지만, 심리 지수가 나빠지고 있다”면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속에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가계는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금융 기업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은 “미국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과 경제 전망 악화로 인해 실제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미국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도 3월 들어서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경제 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3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2.9(1985년=100 기준)로 2월(100.1) 대비 7.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가 3월 65.2로 전월 대비 9.6포인트 급락해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대지수는 소득과 사업,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해 산출한다. 기대지수가 80선 미만 구간으로 떨어지면 통상 경기 침체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 기대지수는 지난 2월 80선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재 사업·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반영한 '현재 상황 지수'는 134.5로 3.6포인트 하락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