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창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CISCE 개막식에서 “우리는 모든 국가와 긴밀한 생산 및 산업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할 의향이 있다”며 “국제사회는 보호주의와 통제되지 않는 세계화로 인한 도전과 위험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지난 연말 경제 활동 봉쇄를 풀고 자국에 대한 해외자금 투자 확대를 요청할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간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 표명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다수의 외국 기업이 중국 내 공급망 확장 대신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투자를 돌리고 있다. 그로 인해 글로벌 직접 투자가 줄고,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도 빠져나가면서 자금 유출을 겪고 있다.
로듐그룹에 따르면, 미국과 EU의 중국 투자 규모는 2018년 최고치인 1200억 달러에서 지난해 200억 달러 미만으로 격감했다. 반면, 인도 투자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약 650억 달러(400%)나 급증했다.
시장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서방의 노력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나 EU가 고려하고 있는 조치가 위험 규모와 일치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2020년 기준으로 20%에 불과하며, EU는 2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희토류도 전 세계 공급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희토류는 다른 나라에서도 생산이 가능한 대체 가능한 자원이다.
또한, 그들은 고급 반도체 및 제조기술의 수출 제한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제재가 중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만, 중국이 반격하면 미국과 EU 기업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의 견제가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안보 우려를 안화하기 위해 중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그것이 과도할 경우 오히려 모두가 어려워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그들은 우려한다.
그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회담은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비춰지고 있다. 중국은 양국 정상의 만남이 미국 기업이 다시 적극적으로 중국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도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한 시도로 공급망 엑스포를 열었으며, 전시된 외국 기업의 20%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엑스포를 통해 중국이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서방의 위험 제거 전략 수정과 모든 국가와의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중국이 다시 핵심 제조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방미 이후 각종 정책회의를 열고 해외 자본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4년에는 중국으로 해외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번 돈을 중국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라는 것이다.
HSBC 은행이 11월 초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참여 기업의 45%가 내년에 중국에서 공급망을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 경기가 올해보다 내년에 살아날 것이라는 각종 예측과 함께 나왔다. 중국 정부도 “포스트 중국도 역시 중국”이라며, 중국에 대한 투자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서방의 공급망 분리 정책에 대응해 △보호주의 반대 △중국 생산 및 산업 공급망 파트너십 구축 △공급망 안정성 확보 △외국 기업의 중국 공급망 확장 지원 등의 정책으로 외국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정책의 효과가 2024년부터 살아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이 크고, 안전이 보장된다는 확신이 나오면 돈은 다시 중국으로 흘러갈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