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국제조정기구 설립, 기존 분쟁 해결 메커니즘과 경쟁
샹그릴라 대화 국방장관 불참으로 외교 전략 변화 신호
샹그릴라 대화 국방장관 불참으로 외교 전략 변화 신호

가장 주목받는 움직임은 5월 30일 홍콩에서 출범한 국제조정기구(IOMed) 설립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비롯해 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32개국 대표가 참석한 서명식에서 이 기구가 공식 창설됐다. IOMed는 분쟁 해결에 초점을 맞춘 국제기구로 기존 글로벌 분쟁해결 메커니즘의 명백한 라이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외교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2010년대까지 중국은 유엔 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과 인력 기여를 늘려 기존 국제체제에 편입되려 했다. 이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 등을 통해 독자적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2단계로 전환했다.
이제 IOMed 출범과 함께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 영역에서도 자체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3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중국을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국제 분쟁 해결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훨씬 큰 야망을 드러낸다.
중국의 전략 변화는 6월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2019년부터 꾸준히 국방장관을 파견해온 중국이 올해는 인민해방군 국방대학교 부총장인 후강펑 소장만 보냈다. 이는 중국군 전체를 대표해 발언할 권한이 없는 상징적 참석에 불과했다.
중국의 강등된 대표단 파견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제기된다. 첫째는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군부가 불안정해진 내부 요인이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허웨이둥이 3개월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고위 장교들의 연쇄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둘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진 가운데, 중국이 서방 주도 포럼을 포기할 여유가 있다고 계산한 외부 요인이다. 분석가들은 후자가 상황을 더 정확히 읽게 해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 중재를 주도할 자격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영유권 주장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렸을 때, 중국은 이를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또한, 홍콩이 IOMed 본부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회의론도 크다. '일국양제' 틀이 점차 약화되고 중국의 홍콩 통제가 강화되면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국제기구 호스트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진짜" 안보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워싱턴의 결의를 강조했다. 세계 질서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서 경제적·군사적 대결이 화해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을 위험이 커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