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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G7 정상회담서 "러시아 배제는 큰 실수" 강조…중국 참여 가능성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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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G7 정상회담서 "러시아 배제는 큰 실수" 강조…중국 참여 가능성도 언급

캐나다 로키산맥서 열린 G7, 무역·안보 갈등과 중동 위기로 시작부터 어색한 분위기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경계 근무 중인 야생동물 보호국 요원들. 이곳에서 15~17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경계 근무 중인 야생동물 보호국 요원들. 이곳에서 15~17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쫓겨난 것을 '큰 실수'라고 거듭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가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갈등 등 여러 난제 속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고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나란히 자리하며 "러시아가 G8에서 쫓겨난 것이 큰 실수였다. 만약 러시아가 G8에 남아 있었다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가 러시아를 쫓아냈고, 그 결정이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캐나다 총리는 스티브 하퍼였다.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 관계가 틀린 것이다. 다만, 실제로 러시아는 1997G7에 들어가 G8이 됐으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다시 G7 체제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G8에서 쫓겨났을 때 모욕을 당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G7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나쁜 생각은 아니다. 괜찮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대국인 중국을 왜 여기에 두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들어간 G20처럼 더 넓은 다자간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 러시아를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이미 너무 많은 물이 댐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개회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지난 14, 79)을 축하하며 "G7은 미국의 리더십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양국 정상은 70분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캐나다 측은 이 회담이 "생산적이었고, 양국 간 무역과 안보 관계를 둘러싼 협상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4일부터 캐나다산 금속 수입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뒤 무역 갈등에 직면해 있다. 캐나다는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 300억 달러(408000억 원) 규모에 대해 25% 보복관세를 바로 부과했고, 이후 1250억 달러(170조 원) 규모의 추가 보복관세도 발표했다. 다만, 추가 보복관세는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이 문제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시작 전부터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되는 등, 미국 중심의 외교 기조 변화와 동맹국 간 거리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니 총리는 산불 대응, 핵심 광물, 우크라이나 재건 등 주제별로 간단한 공동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 G7 정상회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과 관련해 "양쪽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란이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늦기 전에 곧바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정보 지원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원해왔다. 이스라엘은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G7 지도자들 사이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G7 지도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지 않은 점은 주목된다. 유럽 국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는 공동성명 초안을 마련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 트럼프 외교 기조, 동맹국에 불확실성 안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외교와 무역 문제에 대해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며,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말을 반복한 점도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카니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카니 총리는 영국 스타머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 독일 메르츠 총리 등과 정상회의 전날 술자리를 가졌다. 시장에서는 이 자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기 위한 막판 조율 자리로 보는 분위기다.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첫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2018년 캐나다 샤를부아에서 있었던 악명 높은 회담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의 날 선 대치가 G7 역사에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 중심 질서 재편 움직임과 동맹국 간 거리감이 드러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