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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탈리아, 미국 연준 금고에 맡긴 金 2450억 달러 '본국 송환' 압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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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탈리아, 미국 연준 금고에 맡긴 金 2450억 달러 '본국 송환' 압력 커져

독일·이탈리아, 지정학 불안과 트럼프 연방준비은행 공격에 금 보유고 관리 재점검
세계 2·3위 금 보유국, 미국 뉴욕 연준에 보관 중인 금괴 국내 반환 요구 확산
250g 순금 막대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50g 순금 막대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가 미국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 맡긴 금괴를 다시 자국으로 옮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두 나라가 미국에 맡긴 금괴의 시장 가치가 2450억 달러(약 335조9600억 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많은 금을 보유한 나라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2024년 마지막 분기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약 3352, 이탈리아는 약 2452톤의 금을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오랜 관행과 실무적 이유로 뉴욕 연준 금고에 보관돼 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정책을 비판하며 "연준이 차입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뭔가를 강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이들 유럽 국가들의 금 보유고 관리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독일과 이탈리아가 미국에 맡긴 금괴를 다시 자국으로 옮기라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은 현재 금 보유고의 약 37%를 뉴욕 연준에 맡기고 있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비율로 미국에 금을 맡기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뉴욕이 세계 금 거래의 중심지라는 점을 고려해 왔으나, 최근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내 정치적 변화로 금 보유고를 자국으로 옮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독일·이탈리아, 금 본국 송환 요구 배경


독일과 이탈리아가 금을 자국으로 옮기자는 요구를 내는 배경에는 국가 신뢰와 금융 안정성 확보가 있다.

독일 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CSU) 소속 전 의원 피터 가우바일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금을 해외에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고 안정적이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위험이 세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답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유럽납세자협회(TAE)는 독일과 이탈리아 재무부와 중앙은행에 서한을 보내, 연준에 금을 맡기는 관행을 다시 생각해볼 것을 요청했다. TAE 마이클 재거 회장은 "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성을 조작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금을 자국으로 옮겨 유럽 중앙은행이 언제든 금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금 보유고 분포와 정책 변화


독일 분데스방크는 2013년부터 금 보유고의 절반을 자국으로 옮기는 정책을 펼쳐왔다. 2016년까지 뉴욕과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674톤의 금괴를 옮겼으며, 현재 독일 내 금 보유 비중은 50%를 넘는다.

분데스방크는 "정기로 금 보유 위치를 평가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금을 팔거나 외화로 바꿀 수 있도록 보안과 유동성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19년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당이 금 본국 송환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집권 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금 보유고는 중앙은행 소유로 정부 재정에 쓸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업계와 시장의 반응


최근 70개 이상의 글로벌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위기 상황에 금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을 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앙은행이 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변화는 경제적 논리를 넘어,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내 정치적 위험에 대한 유럽의 경계심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은 중앙은행이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자산이기 때문에 제3자 위험 없이 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 본국 송환 캠페인을 주도한 귀금속 전문가이자 독일대안당(AfD) 하원의원 피터 베링거는 "심각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중요한 것은 법적 소유권뿐 아니라 금에 대한 실제 통제"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미국 연준에 맡긴 2450억 달러 상당의 금을 자국으로 옮기자는 움직임은 지정학적 위험과 연준에 대한 신뢰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제 두 나라는 세계 2·3위의 금 보유국으로, 금 보유고 관리에 있어 국가 신뢰와 금융 안정성 확보를 중시하고 있다. 이에 분데스방크 등 중앙은행은 금 보유 위치를 정기로 평가하며, 필요하면 자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금융 안정성과 국가 자주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