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직접 만남… 대만·관세 등 미중 핵심 갈등 속 '돌파구' 기대
美, 우크라이나 전쟁서 中 역할 호소… '對中 강경파' 이미지 불구 '실용적 대화' 주목
美, 우크라이나 전쟁서 中 역할 호소… '對中 강경파' 이미지 불구 '실용적 대화' 주목

이번 면담이 성사된다면, 아세안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번 회담은 루비오 장관이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두 고위 외교관이 직접 만나는 첫 번째 회담이 될 것이다.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겸하고 있는 루비오 장관은 10일 기자들에게 "나는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쩌면 우리는 만날 것이고, 분명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중국이 러시아의 노력을 분명히 지지해왔다고 생각하며, 일반적으로 그들은 (제재를) 피하면서 할 수 있는 한 많이 도우려고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호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잘 알려진 루비오 장관은 중국 정부로부터 두 차례 제재를 받은 바 있으며, 현직 국무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제재 대상이 된 인물이다. 이러한 제재로 인해 양국 간의 장관급 교류가 차질을 빚어왔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두 외교관이 중립적인 제3자 장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베이징 방문을 준비하고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지난 1월 루비오 장관은 왕이 부장과 첫 공식 전화 통화를 가졌다. 당시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 통화에서 미국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제공했다. 반면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이 지역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강조하고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타이완을 자국의 일부로 보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재통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타이완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은 타이완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하며 타이완 관계법에 따라 타이완에 무기를 공급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지난 7일 보도 자료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5일간의 말레이시아 순방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회담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인 관세와 무역 흑자 정책으로 동맹국과 파트너를 소외시키는 와중에도, 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분석가들은 루비오 장관의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 때문에 대만, 홍콩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그의 솔직한 견해가 회담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으로서 14년간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유명했던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선 이후 더욱 신중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일, 미국 하원 중국 위원회는 이번 주 루비오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는데, 이 서한은 국무부가 홍콩 시위 진압에 역할을 한 조 차우 얏밍 홍콩 경찰청장을 제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서한은 루비오 장관이 인준 청문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표명한 것과 지난 3월 미국이 홍콩 및 베이징 정부 관계자 6명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이 했던 역할을 언급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제레미 챈 선임 애널리스트는 "만약 (회담이) 성사된다면, 중국이 루비오 장관에 대한 개별적인 제재나 학생 비자, 인권에 대한 매우 강경한 정책이 걸림돌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며, "그리고 루비오 장관의 경우, 트럼프 진영이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과의 접촉만을 고집한 이후 왕이 부장을 통해 일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회의가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독일 마셜 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전무이사는 "왕이 부장과 루비오 장관이 만나면 양국 관계의 핵심 현안에 대한 정기 협의에 합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성사된다면, 이르면 9월에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지만, 10월 말 한국에서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전후로 개최될 가능성이 더 높다.
선양 주재 미국 영사관 전직 외교관 챈은 "더 큰 그림으로 볼 때, 왕이-루비오 장관의 회담은 최근 미중 관계 안정화를 강화하고 올해 말 관세, 펜타닐 및 기타 문제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합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11일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