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자산 103조 위안 증발, '역대급' 주택 가치 손실… 지갑 닫는 소비자
정부 보조금에도 내수 부진 지속… 미중 무역 전쟁, 고용 시장 '압박' 가중
정부 보조금에도 내수 부진 지속… 미중 무역 전쟁, 고용 시장 '압박' 가중

상하이에 사는 한 시민은 2017년 구매한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월급 대부분을 사용하며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 재산이 몇 년 만에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홍콩 대학의 금융학 교수 첸 즈우(Chen Zhiwu)는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이 과거에 축적한 부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사회에는 재정적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은 견조한 수출에 힘입어 상반기에 전년 대비 5.3% 성장했지만, 내수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주택 소유주들은 자산 가치 하락 장기화와 고용 시장 침체로 인한 부의 추가 잠식을 우려하며 지갑을 닫고 있다. 이러한 소비 둔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하반기 외부 수요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 시기에 중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현금 환급' 프로그램으로 3000억 위안(약 57조 원)의 보조금을 풀고 기초 연금을 인상하며 다자녀 가구 보조금을 실험하는 등 소비 촉진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최신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가정의 저축 성향은 확고하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시민들은 은행에 10조7000억 위안(약 2040조 원)을 예치했고, 신규 대출은 1조1700억 위안(약 223조 원)에 불과해 78조 위안(약 1경4800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순저축을 기록했다.
이는 1980년대 후반 부동산 폭락 후 일본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소매 판매 성장률은 5월 반짝 상승 후 6월에 다시 둔화되었고, 소비자 신뢰 지표는 2022년 이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핵심 문제로 지목된다. Absolute Strategy Research의 아담 울프(Adam Wolfe)에 따르면, 2021년 중반 이후 기존 주택 가격이 15% 하락하여 최소 103조 위안(약 1경9600조 원)의 가계 자산이 서류상으로 증발했다.
이는 2024년 중국 GDP의 77%에 달하는 규모로, 미국 가계가 2007~2012년 겪었던 손실(GDP의 40%)을 능가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주택 가격이 2027년에 안정되기 전까지 10% 더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부채 부담 증가도 소비를 제약한다. 로듐 그룹 보고서는 주택 소유자들의 가계 부채가 소득의 145%로 증가하면서 모기지 상환 부담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노동 시장 침체는 재량 지출을 더욱 위축시킨다. 공장들은 트럼프 관세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으며, 제조업 고용 지수는 2023년 2월 이후 위축 상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약 600만 명의 도시 노동자가 미국 관세의 직접적인 결과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고임금 일자리 부족과 이주 노동자 및 접객업 종사자들의 낮은 소득도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낮은 임금을 받을 것이며, 이는 소비 진작 노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중국은 부동산 침체, 부채, 고용 시장 불안이라는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 소비 진작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소비 주도' 경제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에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