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밀도 2배·원가 절감 '리튬-황' 기술, NCM·LFP 아성 도전
폴란드 생산 거점 확보 이어 헝가리 R&D 투자…유럽 공급망 현지화 박차
폴란드 생산 거점 확보 이어 헝가리 R&D 투자…유럽 공급망 현지화 박차

20일(현지시각) 헝가리 현지 언론 빌러녀우토쇼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라이텐은 지난 7월 초, 그단스크에 있는 노스볼트의 '노스볼트 드바' 공장을 인수했다. 이 공장은 2만5000㎡ 터에 한 해 6GWh의 생산 능력을 갖춘 유럽 최대의 ESS 전문 배터리 공장이다. 이번 인수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판도를 바꿀 리튬-황 배터리의 유럽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라이텐의 댄 쿡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는 "노스볼트의 생산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며, 우리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며 "즉시 폴란드 공장을 다시 가동해 기존 및 신규 주문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단스크 항만과 현지 정부의 지지 덕분에 실리콘밸리 기술과 폴란드의 우수한 인재를 결합해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을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는 시기적으로도 전략적인 의미가 크다. AI 데이터센터, 유럽·북미 전력망 안정화, 신흥국가의 에너지 수요 성장에 따라 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텐은 폴란드 공장을 발판으로 삼아 늘어나는 ESS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 '황'으로 만든 배터리…안정성 높이고 원가 낮춰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흑연·금속산화물 전극 대신 양극에 황, 음극에 리튬 금속을 쓴다. 이론적으로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지만,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 형성, 충·방전 때의 부피 변화, 폴리설파이드 용해 같은 기술적 어려움으로 상용화가 어려웠다.
라이텐은 자체 개발한 '3D 그래핀' 기술로 이 한계를 풀었다. 이른바 '황 케이징' 기술은 양극에서 폴리설파이드가 녹아 나오는 것을 막고 황의 부피 변화를 안정시킨다. 동시에 음극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해 배터리의 안정성과 수명을 크게 높였다.
특히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비싼 광물을 쓰지 않아 NCM 배터리보다 무게를 50%까지 줄일 수 있다. 라이텐은 에너지 밀도 600Wh/kg 달성을 목표로 하며, 현재 300~400Wh/kg 수준에 이르렀다. 이 기술은 이미 드론과 크라이슬러의 '핼시온 콘셉트 EV'에 적용돼 기술력을 선보였다.
◇ 폴란드 넘어 헝가리로…유럽 현지화 속도전
라이텐의 라르스 헤르리츠 회장은 "LFP 배터리는 비용 이점에도 에너지 밀도가 낮은 한계가 있는 반면, 리튬-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으면서도 생산 비용은 더 낮다"며 "흑연 같은 수입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에서 공급망을 갖추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텐의 유럽 사업 확장은 폴란드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헤르리츠 회장은 "헝가리에도 공장 개발과 연구개발(R&D) 조직 운영을 위한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며 "헝가리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유럽 배터리 중심지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