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전 원장에 이어 또다시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대통령 최측근 법조계 인사가 금융감독 당국 수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권의 '이복현 트라우마' 달래기에 나섰다.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 막내이자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복현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 내내 실세 금감원장으로 군림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금융권은 검사 중간발표 등 '금융판 피의사실 공표'에 벌벌 떨었다. 주요 이슈마다 입단속을 하는 등 폐쇄적이었던 금감원이 중간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이 원장이 검찰의 고질적 악습으로 꼽히는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금융권에 도입한 것이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역시 이복현 전 원장처럼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미 실세 금감원장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에서 "검사가 가고 변호사가 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에 관료 출신을 지명하고 금감원장에는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을 임명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 역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금감원장에 정권 실세를 보내 금융권 군기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금감원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숱한 논란 속에도 관치금융과 낙하산 근절을 위해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복현을 지켜본 현 정권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보장해도 금융감독 권한은 놓칠 수 없는 권력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이 원장이 공언한 대로 그가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과격한 사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 원장이 제2의 이복현이 될지, 금감원의 독립성과 위상을 제고하는 원장으로 남을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행보에 달렸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