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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현대차 조지아 공장, 노동자 3명 사망 뒤 이례적 이민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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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현대차 조지아 공장, 노동자 3명 사망 뒤 이례적 이민단속

잇단 사망사고가 단속 배경 지목…'안전 불감증' 논란
수천억 달러 투자 약속에도 비자·안전 문제 불거져
2025년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 배터리 공장 앞에서 ICE 요원들에 의해 구금된 노동자들이 버스에 기대 서서 수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미 이민세관단속국/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 배터리 공장 앞에서 ICE 요원들에 의해 구금된 노동자들이 버스에 기대 서서 수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미 이민세관단속국/로이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미증유의 이민 단속 배경으로, 지난 2년간 3명의 노동자가 숨진 산업재해가 지목됐다. 300명 넘는 한국인 기술자가 구금된 이번 사태는 한미 경제협력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며, 단순 이민 문제를 넘어 현지 사업장의 안전 문제가 핵심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주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LG 배터리 합작공사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구금했다. 이 중 320명이 한국 국적자로 확인돼 규모와 방식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사건 직후 양국 간에는 경제·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됐고, 단속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DHS)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사는 지난 3월 시작됐으며, 이는 현장에서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점과 일치한다. 이후 5월에도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면서, 2년간 세 차례의 치명적 사고가 이어졌다.

2년간 3명 사망, 잇단 안전사고


2023년 4월 건설 노동자 빅토르 하비에르 카히하 감보아(34)가 안전줄이 끊어져 추락사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한국인 노동자 유선복 씨가 지게차 사고로 숨졌다. 불과 두 달 뒤인 5월에는 27세의 앨런 코왈스키가 지게차 낙하물에 깔려 사망했다. 브라이언 카운티 보안관실 보고서에 따르면 유 씨는 지게차 뒤에 누워 있었고 현장에는 3~4.5m에 달하는 혈흔이 남아 있었다.

현지 언론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은 이 공장의 산업재해 발생률이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배너 모닝 뉴스'는 20개월 동안 현장에서 91차례 구급차가 출동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추방을 우려한 미등록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안전 문제를 제대로 신고하기 어려운 환경이 반복적인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 대변인 필 리너트는 "HL-GA 배터리 회사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모두 합법적이며 협력업체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시설과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말했다.

ICE는 안전사고가 단속의 직접적 원인이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린지 윌리엄스 ICE 대변인은 한 정치인의 제보로 단속이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며, 조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찰스 쿡 이민 전문 변호사는 구금된 한국인 320명 중 상당수가 B-1 비자 또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국적자들이 추방 우려 때문에 안전 문제를 신고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타당한 문제 제기"라고 평가했다. 시민단체 '이주민 형평성 남동부'의 버네사 콘트레라스 대변인 역시 "멕시코, 과테말라, 칠레 등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가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합법 서류를 가지고 있었다"며 "법을 지켜도 결국 특정 방식으로 대우받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 흔드는 긴장


이번 사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550억 달러 넘게 투자한 상황에서 발생해 파급력이 크다. 최근 한국의 투자는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해 조지아 서배너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집중됐으며, 조지아주는 한국과 오랜 기간 긴밀한 경제 협력을 이어온 주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이번 불행한 사건이 수십 년간 쌓아온 상호 협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트립 톨리슨 서배너 경제개발청장도 "구금된 이들은 정규직이 아닌 장비 설치와 교육을 위한 임시 기술자들"이라며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반응은 신중하면서도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양국은 한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3500억 달러 신규 투자를 약속했고, 이어 8월 정상회담에서는 150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현대차 역시 3주 전 26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공표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필수 기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며 경직된 비자 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현대차의 호세 무뇨스 CEO는 "구금된 기술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최소 2~3개월 공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대체 인력은 대부분 미국 내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강경한 이민 정책을 유지하는 구조적 긴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지아 주정부 등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한국 측은 "투자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반복된 안전사고와 이번 대규모 단속이 한미 양국의 경제 협력에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