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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금사태 후폭풍] 100조 대미투자, 인력난·이민장벽·관세 삼중고에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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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금사태 후폭풍] 100조 대미투자, 인력난·이민장벽·관세 삼중고에 흔들리나

현대차·삼성·SK·LG·두산 등 현지 프로젝트 가동 전부터 제도 리스크 노출
조지아 공장 근로자 300명 이상 구금…투자 효과 불확실성 커져
대규모 자본 투입에도 운영 동력 확보 못하면 성과 장담 못 해
미국 이민 단속 당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현장 단속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이민 단속 당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현장 단속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주요 그룹이 100조 원 이상을 투입한 미국 현지 투자가 본격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복합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숙련 인력 부족과 강화되는 이민 규제, 관세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대규모 투자의 실행력이 흔들리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HL-GA 배터리' 건설 현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규모 단속을 벌여 약 470명이 구금됐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 숙련 인력으로 확인됐다.

구금자 상당수는 공장 가동을 준비하며 설비 설치와 마무리 작업을 담당하던 기술자들이었다.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투입해 이들을 귀국 조치했으며,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당국에 항의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공장은 75억 달러를 투입해 연간 30만 대 규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 파운드리 투자를 진행 중이며, SK온과 포드는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오하이오 등에서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삼성·SK·LG·두산 등 주요 그룹이 발표한 대미 투자 계획을 합치면 1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현지 숙련 노동력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내 인력난과 강화된 이민 규제가 겹쳐 외국인 기술자 충원도 쉽지 않다. 숙련공 임금이 급등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였던 관세를 15%로 낮추는 협상을 타결했지만, 아직 행정명령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관세 적용 시점과 방식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아 기업들의 사업성 계산이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추진하며 무역 장벽 복원을 예고한 만큼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재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이 제도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전략산업은 정부 정책과 노동시장 환경에 직접 맞물려 있어 단순 자본 투입만으로는 안정적 안착을 보장하기 어렵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외교적 대응에 나서면서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와 인권 보호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민 단속 강화가 구조적으로 이어질 경우 근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들은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 교육 훈련 강화,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 중이나 숙련 인력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노조 변수까지 겹칠 경우 투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번 구금 사태와 관세 협상 지연이 보여주듯, 투자 환경은 정치·제도 리스크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0조 원 이상이 투입된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 위해서는 현지 노동시장 안정,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 제도 리스크 완화가 필수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