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나노 공정으로 ADAS·자율주행 시스템 고도화 지원
애플·테슬라 이어 수주 성공…TSMC와 파운드리 경쟁 가열
애플·테슬라 이어 수주 성공…TSMC와 파운드리 경쟁 가열

16일(현지시각) 샘모바일에 따르면 발렌스 세미컨덕터는 차세대 차량용 고속 연결 표준인 'MIPI A-PHY' 기반 반도체 칩셋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첨단 자동차용 핀펫(FinFET) 공정으로 이 칩셋을 생산한다.
차세대 표준 'MIPI A-PHY' 구현할 4나노 공정
MIPI A-PHY는 국제 표준화 단체인 MIPI 연합이 제정한 차량용 고속 직렬 통신 기술 표준이다. 초당 최대 수십 기가비트(Gbps)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전자파 간섭(EMI)에 강하며 장거리 케이블 환경에서도 안정되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자율주행 시스템(ADS)을 비롯해 차량 내부의 카메라, 디스플레이, 전자제어장치(ECU) 같은 다양한 전장 부품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데 쓰는 핵심 기술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시스템에서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에 자동차용에 맞춘 4나노 공정(SF4A)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일반 칩과 달리 고온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장기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삼성의 핀펫 기반 SF4A 공정은 고성능과 저전력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이미 여러 세계적인 자동차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뢰성 검증을 마쳤다.
오랜 신뢰가 맺은 결실…모바일 넘어 전장으로
삼성과 발렌스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은 발렌스의 초기 투자사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며 일찌감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두 회사는 'HDBaseT' 기술 보급을 위해 세운 'HDBaseT 얼라이언스'의 공동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LG, 소니 등 2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하는 이 협회에서부터 이어온 양사의 깊은 신뢰 관계가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결실을 보았다.
이번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근 상승세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다. 삼성은 첫 3나노 스마트폰 칩인 '엑시노스 2500'을 내놓은 데 이어, 애플에 카메라 센서를, 테슬라에는 2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잇달아 따내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 확대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가 급증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기존 스마트폰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고부가가치 자동차 반도체로 빠르게 넓히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송태중 기술기획 담당 부사장은 "완성차 업체들은 더 높은 수준의 ADAS와 자율주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차세대 연결 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며, A-PHY는 이를 이루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 돌파구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용 삼성 핀펫 기술은 놀라운 성능을 자랑한다"며 "우리의 첨단 자동차 공정을 바탕으로 발렌스와 함께 최첨단 차량용 제품을 제공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모바일, 인공지능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까지 '삼각축'을 완성해 세계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유럽과 중동 자동차 업체와 협력을 다지고, 더 나아가 현대차, 토요타, 폭스바겐 같은 세계적 기업과 제휴를 넓힐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앞으로 2나노 자동차 반도체 공정 적용까지 목표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위탁생산 수주를 넘어, 삼성전자가 자동차 반도체 생태계의 표준을 세우고 차세대 커넥티드카 핵심 기반 시설 구축에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