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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美 "100% 추가관세" 위협 속 글로벌 공급망 90%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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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美 "100% 추가관세" 위협 속 글로벌 공급망 90% 차질 우려

베센트 美재무 "中경제 약화로 세계 끌어내려"...서방 기업들 생산 차질·가격 급등 경고, 이달 29일 한국서 트럼프-시진핑 회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14(현지시각)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중국이 자국 경제 약세 때문에 세계 경제를 함께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FT는 같은 날 별도 기사에서 서방 기업들이 중국의 조치로 공급망 혼란과 가격 급등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센트 "中 경제 약세가 수출통제 원인"


베센트 장관은 14FT 인터뷰에서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에 전면 수출 통제를 도입한 것을 두고 "이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그들은 모든 사람을 함께 끌어내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레닌주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세계 최대 공급자"라며 "그들이 글로벌 경제를 둔화시키려 한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중국 자신"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은 지금 경기침체 또는 불황 한가운데 있으며, 수출로 이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문제는 이것이 세계에서 중국 입지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미 고위 관리는 FT에 중국 내부에서 재무부와 상무부 간 갈등이 미중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상무부와 국가안보부가 강경파이며, 국가안보부가 경제에서 훨씬 더 큰 입김이 세다"고 말했다.

, 對中 소프트웨어 수출 허가제 등 맞대응 검토


미국은 중국의 조치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이 지난주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에 광범위한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취할 대응 조치 초안을 마련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7개국(G7) 장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을 아는 다른 두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으로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모든 기업에 허가 취득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 산업에 극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관리들은 이달 29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핵심 광물 공급을 제한한 조치를 불균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한 고위 미 관리는 FT"리청강(李成綱) 부총리가 지난 8월 미국이 그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지옥불'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매우 공격으로 위협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미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중국을 공개 비판한 것은 베이징이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발표한 뒤 36시간 동안 우리는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으나 그들은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우리가 공개했더니 갑자기 그들이 대화를 원했다"고 말했다. 미중 관리들은 이날 워싱턴에서 회담했다.

서방 기업들 "공급망 붕괴·가격 급등 우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서방 기업들이 공급망 혼란과 비용 상승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 대변인은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새 규정은 독일과 유럽으로 해당 제품 인도에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핵심광물안보프로그램 국장은 베이징의 새 조치가 방위산업 부문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외국 무기나 군사 장비에 중국산 희토류가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있으면 이를 빼내도록 강제하고 있다""이는 외국 방산업체들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을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공급망의 약 90%, 자석 제조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희토류 광물과 자석은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전투기에 이르는 기술에 필수다.

새 규정은 중국에서 나온 희토류 물질이 미량이라도 포함된 자석을 외국 기업이 수출하려면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자석 제조 기술을 외국인과 공유하는 것도 제한했다. 이 규정들은 다른 나라들이 자체 자석 산업을 개발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자동차·방산 업계 직격탄


독일 자석 제조업체 마그노스피어의 프랭크 에크워드 최고경영자는 중국의 새 조치가 발표된 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주문이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문제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업체만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로 향하는 공급망도 붕괴하고 있다""올해 초부터 무너지고 있었지만 이제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국 자석 제조업체는 소포로 자석을 항공편으로 보내려다 세관 관리들이 자석에서 희토류를 발견해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부 항구 도시에서 관리들과 면담한 뒤 자석이 반환되면 재수출하지 않겠다는 보증 서류에 서명해야 했다""많은 중소기업이 이런 일을 겪었다"고 전했다.

방위산업 부문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희토류는 F-35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드론 등 다양한 국방 기술에 필수다. 미국 드론 추진 모터 제조업체 이프로펠드는 중국의 수출 규제가 "일부 생산 지연을 위협하고 비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비용이 많이 드는 재설계와 대체 조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는 최근 조치가 "현재 우리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 노스롭그루먼은 "일부 소수 금속과 희토류 원소의 조달과 재고를 선제적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대체 공급망 구축 나서지만 협상 재개 기대도


서방 기업들은 '광산에서 자석까지'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자석 제조업체 노베온 매그네틱스는 호주 광산업체 라이나스 레어어스와 "확장 가능한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형 방산업체들은 최소 2년 전부터 재고 확보와 중국 외 공급원 확보 작업을 진행해왔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올해 4월 처음 도입된 뒤 일부 기업들은 덜 엄격한 중국과 홍콩의 다른 항구를 이용하거나 비용이 더 들지만, 배송이 빠른 항공 운송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젠스 에스켈룬트 회장은 조직이 중국 관리들에게 불만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중요한 사안이며 우리가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미중 양국이 궁극으로 제한 완화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DA는 브뤼셀과 베를린이 베이징과 "신속하게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CSIS의 바스카란 국장은 새 제한 조치가 협상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치가 오는 121일부터 발효된다는 점을 들어 "본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2개월 반의 시간을 준다는 것이며, 이는 상당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미국에 베이징과 "협력을 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며 양측이 이날 회담했다고 밝혔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이 원래 APEC 이후 베센트-허리펑 회담을 원했으나 입장을 바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전에 두 관리가 만나길 원한다고 전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달 29일 한국에서 만나기 전에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한 차례 더 만날 예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