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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대미 통상 끝장전] '어깨 무거운' 정의선·'가벼운' 김동관·정기선…美 의존도에 엇갈리는 협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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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대미 통상 끝장전] '어깨 무거운' 정의선·'가벼운' 김동관·정기선…美 의존도에 엇갈리는 협상 전략

車업계, 관세 리스크에 투자로 맞서
정치권 "정부 기조와 엇박자" 비판
조선업계, 美 협력 확대 속 '여유 행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 왼쪽)·정기선 HD현대 회장(가운데)·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 왼쪽)·정기선 HD현대 회장(가운데)·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싸고 국내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총수들의 책임감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별 대미 의존도와 협상 지형의 차이가 각 그룹 총수들의 행보를 갈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대미 관세 25% 부과라는 가장 큰 숙제를 안고 있는 반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 수요에 힘입어 비교적 여유로운 입장에 서 있다.

정의선 회장은 관세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내 전동화 설비 확대와 추가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전기차 공장 가동을 앞두고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며 '현지화'를 통한 관세 부담 완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 이후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비자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협상 기조와 따로 움직인 현대차의 투자·채용 발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사실 한·미 통상 협상은 현대차 협상"이라며 "메인 플레이어인 현대차가 이런 대응을 보이는 건 협상에 도움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김 부회장과 정기선 회장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발걸음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산업으로 조선업 부활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에 협력을 요청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선소들은 낮은 생산성과 인력난으로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식 건조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효율을 높이려는 미국 측 수요가 커졌다.

한화와 HD현대는 이같은 미국의 러브콜에 발맞춰 협력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김 부회장과 정기선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 주요 경제 외교 무대에 참여하며 현지 기업 및 조선소 가동을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한국은 조선이 미국의 요구사항임에도 불구하고 1500억 달러(약 213조원)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 조성안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참여가 아니라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을 통한 장기적 파트너십 강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협상은 산업 구조의 차이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됐다. 정의선 회장이 짊어진 관세 해소의 무게와 김 부회장·정기선 회장이 주도하는 조선 협력의 여유로운 행보가 대비되며 각 산업의 대미 의존도와 협상 전략의 차이를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