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블랙웰' 칩 손실에 구형 칩 수익성도 '빨간불'
매출 총이익률 40% 장담…오픈AI 외 대형 고객 확보 총력
매출 총이익률 40% 장담…오픈AI 외 대형 고객 확보 총력

오라클의 클레이 마고웍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재무 분석가들에게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 장치(GPU) 임대가 대부분인 자사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궁극적으로 30~40%의 매출 총이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디 인포메이션이 지난 5분기 오라클의 GPU 임대 사업 매출 총이익률이 16%에 불과했다고 보도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마고웍 CEO는 디 인포메이션의 보도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매출 발생 전 비용이 먼저 투입되는 '준비 기간'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오라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오라클은 1~2년 전 출시된 엔비디아 칩으로도 25% 이상의 매출 총이익률을 내는 데 고전해왔다. 문건은 오라클이 현재의 저조한 이익률과 야심 찬 목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고수익 소프트웨어의 시대는 저무나…'엔비디아 종속' 딜레마
오라클의 이번 발표는 클라우드 사업 확장이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오라클 매출의 대부분은 고수익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나오지만, 장기적으로는 GPU 임대 사업이 주력이 될 전망이라 전체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라클 경영진은 투자자들에게 이익률보다 예상 매출 성장에 주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익률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매출 성장을 통해 전체 이익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오라클에 유리한 점은 우버, 줌, 팔란티어 등 기존 기업 고객 대상 클라우드 사업처럼 수익성을 보완해 줄 다른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마존(AWS)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달리 자체 AI 칩 없이 전적으로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는 약점으로 꼽힌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MS 등 경쟁사 경영진은 오라클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라클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2030년대 초반에는 MS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가속화되는 칩 세대교체…수익성 시험대 오른 오라클
오라클의 딜레마는 지난 8월 마감 분기 실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엔비디아 칩 임대로 약 9억 달러(약 1조 2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총이익은 1억 2500만 달러(약 1770억 원)에 그쳤다. 매출 1달러당 14센트를 남긴 셈이다.
특히 최신 칩인 '블랙웰(Blackwell)' 임대 사업에서는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며 전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모든 감가상각 비용을 포함하면 전체 GPU 사업의 이익률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문건은 시사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에 대해 "신기술 초기 단계에서는 손실이 날 수 있다"며 "시스템 전체 수명 주기를 보면 수익성은 매우 좋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호퍼(Hopper)' 칩의 이익률은 26%, 1년 된 'H200' 칩의 이익률은 19%에 머물렀다. 심지어 5년 전 출시된 일부 구형 칩 사업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칩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라클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MD 칩 구매 확대를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오라클의 승부수는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댄 '시간 벌기' 전략인 셈이다.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오라클의 수익성 악화 속도를 앞지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