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MS·아마존, 데이터센터 투자 집중…"거품 우려해도 미래 놓칠 수 없다"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거품 우려 속에서도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투자액 상향에 주가 12% 급등
아마존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AI 데이터센터 투자액을 당초 1180억 달러(약 168조 원)에서 1250억 달러(약 178조 원)로 올렸다고 밝혔다. 아마존 주가는 이 소식에 12% 뛰었다. 분기 클라우드 매출도 20% 늘어난 330억 달러(약 47조 원)를 기록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AI와 핵심 인프라에 강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2026년 AI 투자는 올해보다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 확대에 미국 증시도 반응했다. S&P 500 지수는 0.5% 올랐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 상승했다.
구글 역시 같은 날 올해 AI 투자액을 910억~930억 달러(약 130조~133조 원)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850억 달러(약 121조 원)보다 늘어난 규모다. 아낫 애슈케나지 구글 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메타는 올해 AI 투자가 기존 예상 범위인 660억~720억 달러(약 94조~103조 원) 가운데 높은 쪽에 이를 것이며 내년에는 "훨씬 더 늘 것"이라고 발표했다. MS 역시 올해 800억 달러(약 114조 원)를 투입한 데 이어 2026년 AI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빅테크의 AI 군비 경쟁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AI 혁명 투자가 과대 선전을 넘어서고 있어 거품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잉 투자해도 상관없다" 선언
업계 안팎에서는 AI 투자 거품 경고가 나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수년 뒤 목표에 이를지, 5~7년 또는 그 이상 걸릴지 의견이 갈린다"면서도 "희망적인 경우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앞서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옳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신규 인프라 건설을 잠시 늦추면서 이미 지은 시설에 맞춰 성장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와 메타의 저커버그는 모두 AI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쏟으면서도 업계에 투자 거품이 생겼다고 인정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픈AI와 콘텐츠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조시 벡 분석가는 고객 보고서에서 "메타의 투자 확대는 수익성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AI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서 성장 동력 역할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는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서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노동시장 약화를 이유로 금리를 내렸다. 같은 기간 아마존과 UPS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으며 정부 셧다운이 연방 계약업체들에 영향을 미쳤다. 재시 아마존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감원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재무상 이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웨드부시증권의 아이브스 분석가는 "실리콘밸리의 AI 투자가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AI가 없었다면 미국 경제는 침체로 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초기 인터넷 인프라 투자 규모를 훨씬 넘어선다. 기술 부문을 넘어 건설, 운송, 에너지 산업으로 번지며 소비 지출 부진과 노동시장 둔화 속에서도 미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전 재가동까지…에너지 투자 확산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수요 급증으로 에너지 부문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아이오와주의 멈춰 섰던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가동해 자사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MS가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재가동 계약을 맺은 데 이은 조치다.
오픈AI는 이번 주 백악관에 미국의 연간 신규 전력 생산량을 2배로 늘려야 중국의 AI 산업 전력 공급 능력에 맞설 수 있다고 요청했다.
AI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는 지난달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153조 원)를 넘어선 첫 기업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대중 판매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주가가 올랐다.
딥워터자산운용의 진 먼스터 대표는 엑스(X)에 올린 영상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3~6개월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AI 투자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 경제가 AI 부문 투자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