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독일 2파전…제안요청서 없이 2037년 전력화 목표, 조달인력 50% 부족 '속도전' 논란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오타와 선이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작 공식 제안요청서(RFP)조차 없고 국방 조달인력은 절반도 안 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척 잠수함 사업, 제안요청서·예산 공개 없이 진행
오타와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1998년 영국에서 들여온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바꾸려고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독일 TKMS를 최종 후보로 골랐다. 이 사업은 최대 12척의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을 들여오는 초계 잠수함 사업(CPSP)으로, 30년간 운영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총사업비가 600억 캐나다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타와선은 "지금까지 제안요청서가 없고, 공식 비용 추정치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 카니 총리가 "구매를 빠르게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이 매체는 "지출 규모도 모르고 구매할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사업이나 가계 예산을 꾸리는 사람은 파산한 사람들뿐"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해군은 첫 잠수함을 2037년까지 완전히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정부는 "정보 수집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첫 잠수함이 나오기까지 12년이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오타와선은 "실수할 시간은 충분하다"며 지나치게 여유 부리는 태도를 꼬집었다.
조달 시스템 인력 50% 부족…구조 한계 심각
캐나다 싱크탱크 더허브는 지난 1일 "새로 세운 국방투자청(DIA)이 캐나다 조달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치가 이마저 지연시킬 것인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캐나다 국방 조달 시스템의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더허브에 따르면 국방투자청이 맞닥뜨린 핵심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인력 부족이다. 지금 많은 사업에서 필요한 인원의 30~50%만 채워진 상태다. 예를 들어 10명이 필요한 사업에 3~5명만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업체를 고르는 경쟁 단계에는 인력을 많이 배치하지만, 업체를 선정한 뒤 실제 사업을 진행할 때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허브는 "이런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며 "지난 30년간 긴축 탓에 정부가 이들을 훈련하고 시스템 안에서 유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간에서도 뽑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이런 자리는 보안 허가와 군사용으로만 쓰이는 매우 전문 기술 지식,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두 언어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허브는 "관료 조직이 이 문제를 풀려 애쓰고 있으나, 이는 세대에 걸쳐 쌓인 부족이어서 완전히 해결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투자청 세웠으나 실효성 의문 지적도
카니 총리는 지난 10월 2일 국방 조달을 현대화하고 간소화하려고 국방투자청을 공식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2025~2026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 2035년까지 5%로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국방투자청은 이런 대규모 국방 지출 증가를 효율 있게 집행하려고 세웠다.
캐나다 방송 CBC는 지난달 2일 "국방투자청은 겹치는 승인과 관료주의를 없애 조달 과정을 하나로 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방투자청은 공공서비스조달청(PSPC) 안 특별 운영 기관으로, 공공서비스조달청과 국방부, 다른 관련 부처 인력을 합쳐 총리 권한으로 조달을 앞당기는 부처 사이 팀을 꾸린다.
그러나 더허브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신호가 여러 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허브는 "캐나다 정부가 안보 상황과 방위산업 특성, 국방 조달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 '속도전' vs 독일 'NATO 연대'…정치 개입 우려도
미국 방산 전문매체 아미 레코그니션은 지난달 27일 "한화오션이 2026년 계약 체결 때 2035년 이전에 4척을 넘기겠다는 제안으로 독일과 노르웨이 연합을 압박한다"고 보도했다. 한화오션은 2032년 첫 잠수함을 넘긴 뒤 해마다 1척씩 만들어 2043년까지 12척 전량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독일 TKMS는 2034년 첫 인도, 2036년 두 번째 인도를 예상해 한화오션보다 2년가량 느린 일정을 내놨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낡은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2035년 이전에 완전히 퇴역시킬 수 있어 유지보수 비용 10억 캐나다달러(약 1조 원)를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아미 레코그니션이 전했다.
한화오션은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실은 3000톤급 KSS-III 배치-II(장보고-III)를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3주 이상 물속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를 다닐 수 있다. 또한, 533mm 어뢰발사관 6문과 수직발사관(VLS) 10개를 달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TKMS가 제안한 Type 212CD는 길이 73m, 물속 배수량 약 2800톤급으로 KSS-III보다 작으나, 은밀성에 맞춘 설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동 전투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달 20일 오타와를 찾아 "한화와 경쟁사가 더 싼 제안을 할 수 있으나, 독일 제안에는 앞으로 수십 년간 북대서양 협력을 놓고 믿을 만한 동반자 관계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부터 2027년 사이에 최종 사업자를 고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캐나다 사업 결과가 폴란드 등 다른 NATO 회원국들의 잠수함 들여오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오타와선은 독자 투고란을 통해 "우리 해군 인력이 정치인들 간섭 없이 혼자서 다음 잠수함을 고르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실었다. 이어 "그럴 가능성은? 돼지가 하늘을 나는 날에나 일어날 일"이라며 정치 개입 우려를 나타냈다. 캐나다는 과거 영국에서 산 4척의 "싼값" 잠수함이 기준 미달의 위험한 불량품이었던 일이 있어, 신중한 선정 과정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더허브는 "카니 정부는 빠르게 나빠지는 전략 환경에서 캐나다군을 빠르게 현대화해야 한다"며 "동시에 분명히 아픈 경제를 위해 최대한 경제 이익을 뽑아내야 하고, 탈동조화 말을 실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상당한 정치 기반을 떼어놓지 않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균형 잡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