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달러 유치한 X선 기술, "EUV 대체" 주장에…업계 "실험실 수준" 냉소
장비·파운드리 동시 도전…"TSMC·ASML 수십 년 아성, 독자 노선으론 역부족"
장비·파운드리 동시 도전…"TSMC·ASML 수십 년 아성, 독자 노선으론 역부족"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반도체 산업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ASML과 TSMC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무명 스타트업이 등장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브스트레이트(Substrate)'라는 이름의 이 미국 스타트업은 기존 극자외선(EUV) 기술을 대체할 X선 리소그래피 장비를 완성했다고 공언했다. 창업자 제임스 프라우드는 ASML이 주도하는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보다 더 높은 해상도와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이들의 '거대한 계획'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서브스트레이트가 최근 블룸버그를 통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최신 EUV 장비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내는 새로운 칩 제조 장비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수억 달러에 이르며 전략 물자로 분류돼 중국 수출이 금지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ASML의 경쟁자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의 직접 경쟁도 선언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지만 현재는 아시아 기업들이 주도권을 쥔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미국이 되찾아와야 한다는 '애국적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즉각 거센 의구심에 직면했다. 소비자 기술이나 소셜 미디어와 달리, 반도체 산업은 진보는 더디지만 성패는 명확하게 측정되는 냉혹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서브스트레이트는 과거 업계에서 이미 시도됐으나 장비의 복잡성과 안정성, 높은 비용, 공정 통합의 난이도와 장기 신뢰성 문제로 실용화되지 못하고 폐기된 'X선' 기술을 완성했다고 주장한다. 창업자 제임스 프라우드(James Proud)는 "가시광선 파장보다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기초 과학 수준의 증거를 일부 제시했지만, 경쟁과 보안상의 이유로 핵심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신뢰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생산 품질" 주장에도…현실은 '실험실' 수준
프라우드 창업자는 블룸버그 테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생산 품질' 수준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실제 칩 양산을 위한 공장(fab) 건설은 아직 착수하지 않았으며, '실험실 수준의 생산품'만을 공개한 단계다. 그러면서도 "물론, 우리는 아직 팹(공장)에 있지도 않고, 팹을 건설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진정한 증명은 그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며 "처리량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들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이들의 기술이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닌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ASML이 수십 년간 구축한 고객 기반, 강력한 수주 잔고, 촘촘한 세계 공급망을 갖춘 반면, 서브스트레이트의 기술은 이제 막 실험 단계를 논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ASML은 반도체 최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며, 대당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장비의 안정적인 양산성과 세계 기술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전 세계 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90%를 점유하며, 애플, 엔비디아 등 초대형 고객사들의 독보적인 신뢰와 높은 수율을 자랑한다. 삼성전자 역시 3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를 맹추격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빠른 기술 노후화 속도가 특징이다. '작동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 한 달에 수백만 개의 칩을 쏟아내야 하는 공장 라인에서 '안정적으로' 대량의 작업을 처리하는 도구를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과거 인텔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때 업계 최강자였던 인텔은 자사 공장의 기술력을 내세우며 파운드리(위탁생산)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명성만으로는 수조 원대 기업의 신뢰와 주문을 따낼 수 없는 것이다.
서브스트레이트는 '실험실의 성공'을 '대량 생산(양산)'으로 전환해야 하며, ASML의 EUV 장비 수준의 장기간, 대량 신뢰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장비 제조뿐 아니라 칩 생산(파운드리)까지 동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극도로 높은 투자비와 기술 난이도, 복잡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요구한다.
전문가들 "비현실적 목표"…냉혹한 평가
투자업계와 전문 리서치 기관의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번스타인(Bernstein)의 데이비드 다이(David Dai) 애널리스트는 "이론적으로 X선 리소그래피가 EUV보다 더 나은 해상도를 제공해야 하지만, 과거에도 너무 많은 문제가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능력 있는 기존 빅테크 고객사들조차 이미 검증된 세계 파운드리 네트워크와 최고의 기술·품질을 선호하기에, 신규 기업이 이들의 신뢰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스타트업이 진정 기술을 믿는다면, 유일하게 가능한 접근법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업계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조언했으나, 서브스트레이트의 계획은 정반대인 '독자 노선'이다.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 역시 서브스트레이트가 제시한 "시간표와 목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서브스트레이트는 벤처 캐피털(VC) 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약 1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에는 피터 틸 등 유명 투자자가 참여했으며, 미국 내 기술 주권 확보와 공급망 내재화라는 정책적 흐름과 맞물려 강력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1억 달러(약 1400억 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십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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