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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타워세미컨덕터, 인텔 인수 무산 2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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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타워세미컨덕터, 인텔 인수 무산 2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 '훌쩍'

3억 달러 신규 투자, AI 아날로그 칩 생산력 전격 확대
4분기 매출 4억 4천만 달러 '사상 최대' 전망…독자 성장 가속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의 팹(공장) 전경. 타워는 인텔 인수 무산 2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AI 아날로그 칩 생산 확대를 위해 3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의 팹(공장) 전경. 타워는 인텔 인수 무산 2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AI 아날로그 칩 생산 확대를 위해 3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2년 전 인텔(Intel)과의 54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 규모 인수합병(M&A)이 무산됐던 이스라엘 칩 제조사 타워세미컨덕터(Tower Semiconductor)가 오히려 독자 생존의 길에서 기업가치가 두 배로 뛰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른다.

타워는 견조한 3분기 실적과 4분기 전망 상향 조정을 발표하는 동시에, 3억 달러(약 43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통해 AI(인공지능) 칩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AI 칩 겨냥 3억 달러 투자…美·日 등 4개 팹 확대


이번 투자는 이스라엘 공장 1곳을 포함한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4개 팹(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핵심 목표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차세대 아날로그 칩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SiPho(실리콘 포토닉스)와 SiGe(실리콘-게르마늄) 기술이 적용된 이 칩들은 지금까지 타워의 미국 뉴포트 공장에서만 독점 생산돼 왔다. 신규 투자를 통해 이 생산 역량을 전 세계 3개 공장으로 추가 확대하는 것이다.

타워는 칩 산업 내에서도 독보적이며 수익성 높은 틈새시장으로 평가받는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의 전문 기업이다.

인텔은 2022년 2월, 자사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타워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합의 마감일인 2023년 8월 15일까지 승인이 늦어지면서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인텔 파운드리 부서는 인수 무산 이후 독자적인 규모 확장에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약금'이 '성장 자금'으로…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반면 타워는 거래 무산에 따른 위약금으로 3억 5300만 달러(약 5100억원)를 확보했다. 이 자금은 회사의 기술력과 운영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타워의 독자 성장은 견조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AI 칩 시장 확대와 고부가가치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6% 증가한 3억 9600만 달러(약 5790억 원), 순이익은 5400만 달러(약 790억 원, 주당 48센트)를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치다. 3분기 영업 현금 흐름 또한 1억 3900만 달러(약 2034억 원)를 기록했다.

타워는 4분기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핵심 기술 매출의 "전면적인 성장"에 힘입어 4분기에 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인 4억 4000만 달러(약 6441억 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25년 말까지 연간 매출 15억 달러(약 2조 1900억 원)를 달성할 전망이다. 연평균 14%의 성장률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인텔과의 거래 무산이 오히려 타워의 독자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며 미래 전략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