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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100선 돌파 강세장 '연출'...5대그룹 시총 비중은 갈수록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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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100선 돌파 강세장 '연출'...5대그룹 시총 비중은 갈수록 '확대'

코스피가 4100선을 돌파하며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코스피가 4100선을 돌파하며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4100선을 돌파하며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불장(불타는 장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랠리다.

11일 리더스인덱스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368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HD현대)의 시가총액 비중이 연초 45.9%에서 11월 초 52.2%로 6.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증시의 절반 이상을 다섯 개 그룹이 차지하게 된 셈이다.

특히 삼성과 SK 두 그룹의 합산 시총은 1515조 원에 달해 전체 시장의 40%에 육박한다.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사실상 '반도체 양대산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수치로 보면 쏠림의 정도가 더 명확해진다. 대기업집단 전체의 시가총액은 올해 1월 2일 1661조7000억 원에서 11월 3일 3030조5000억 원으로 8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증권시장 전체(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증가율 71.5%를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삼성그룹은 503조7000억 원에서 943조4000억 원으로 87.3% 성장했고, SK그룹은 200조3000억 원에서 572조3000억 원으로 185.7% 폭증했다. 특히 SK의 성장률은 시장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 과정에서 그룹 간 순위 재편도 일어났다. 현대차그룹이 LG를 제치고 3위에 올랐고, 두산그룹은 시총이 243.6% 증가하며 12위에서 7위로 급상승해 10대 그룹에 새로 진입했다. 반면 HL그룹과 태영그룹 등 일부는 시총이 줄며 순위가 하락했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반도체·조선·방산·원자력·전력 같은 전략 산업을 보유한 그룹들이 상위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약진이 대표적이다. 시총이 7조2000억 원에서 27조2000억 원으로 275% 증가하며, 탄소섬유와 방산 소재 등 신성장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HD현대와 두산은 조선과 에너지 부문에서, 한화는 방산에서 각각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에너지 전환, 안보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결과다. 이제 한국 증시는 반도체가 견인하고 조선·방산·에너지가 뒷받침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 중소형주와 벌어지는 격차


대형주의 독주는 곧 중소형주의 소외를 의미한다. 코스피가 4100선 위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코스닥은 여전히 800선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AI와 2차전지 관련 일부 종목만 국지적 강세를 보일 뿐, 대다수는 변동성 높은 장세에 갇혀 있다.

5대 그룹 외 기업들의 시총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고, 자금은 안정성이 검증된 대형주로만 몰리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안전 자산'으로서 대형주를 선호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성장 동력 집중, 리스크도 집중"…시장 구조적 과제 남아


전문가들은 대형주 쏠림이 단기적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집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스피의 약 3분의 1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증시가 반도체 중심의 성장 서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군이 성장 축을 분담하지 못하면 조정장에서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대형주 독주는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한국은 특정 섹터 편중 경향이 더 크다"며 "중소기업과 신산업으로의 자금 순환을 유도할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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