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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은 북미 잇는 핵심 교두보"… 폴스타 CEO, '메이드 인 코리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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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은 북미 잇는 핵심 교두보"… 폴스타 CEO, '메이드 인 코리아' 승부수

"관세 회피 아닌 '품질' 때문에 부산 선택"
나스닥 이슈엔 "행정적 절차일 뿐, 펀더멘털 문제없다" 정면돌파
20일 오전 로쉘러 폴스타 CEO가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폴스타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20일 오전 로쉘러 폴스타 CEO가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폴스타코리아
"영어 속담에 '뛰기 전에 걸어라(Walk before you run)'라는 말이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뜻. 한국 시장에 대한 대규모 직접 투자나 확장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부산에서 만든 폴스타 4가 북미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만난 마이클 로쉘러(Michael Lohscheller) 폴스타 글로벌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한 거창한 청사진을 남발하기보다 '현실적인 성공'과 '단계적 성장'을 먼저 이야기했다.

지난 10월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한국을 택한 로쉘러 CEO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 점검과 주요 협력사 미팅 등 빡빡한 일정을 예정한 그의 모습은 화려한 청사진보다는 철저한 '실용주의'와 '검증'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줬다. 며칠 전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의 대규모 비전 발표와는 첨예하게 대비되는 신중한 태도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이 폴스타의 글로벌 전략에서 차지하는 '핵심적 위상'을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폴스타의 '북미 수출 전초기지'로 낙점
이번 인터뷰의 핵심 화두는 단연 '폴스타 4'와 부산 공장이다. 폴스타 4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시장에서만 약 2600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4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을 폴스타 글로벌 판매 순위 10위권 안착시킨 결정적 성과이자, 폴스타코리아의 전체 실적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린 '효자 모델'이다.

이러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폴스타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자체 공장 건설 대신, 기존의 우수한 생산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폴스타는 중국 청두 공장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생산 거점으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최종 낙점했다.

이에 따라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위탁 생산하며, 이곳에서 만들어진 차량은 전량 북미 시장으로 수출된다. 이는 르노코리아에게는 공장 유휴 가동률을 해소할 기회를, 폴스타에게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명확한 '윈-윈(Win-Win)'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부산 공장 선택, 관세 회피 아닌 '품질' 때문"

로쉘러 CEO는 이번 방한의 가장 큰 목적인 '폴스타 4 부산 생산'에 대해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부산 공장이 유럽, 중국과 함께 폴스타의 글로벌 생산 3대 축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임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미국의 대중국 관세 회피용 우회 생산 기지'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관세 이슈가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며 "부산 공장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높은 제조 품질, 비용 효율성, 그리고 숙련된 생산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2022년부터 추진해 온 자산 경량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2주 전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부산에서 생산된 폴스타 4가 북미에 처음 도착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며 "부산은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나스닥 위기설·지리(Geely) 간섭 우려 일축… "독자 경영 확고"

최근 불거진 나스닥 주가 하락과 최대 주주인 지리(Geely) 그룹의 지분 확대에 따른 경영 간섭 우려에 대해서도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로쉘러 CEO는 "주식 역분할은 단순한 행정적 절차일 뿐, 실제 사업 운영이나 펀더멘털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리 그룹의 입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폴스타는 엄연한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이라며 "이사회 전체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모든 경영 의사결정과 디자인 개발은 스웨덴 본사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된다"고 브랜드의 독자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수치로 성과를 증명했다. 올해 9월까지 폴스타의 글로벌 리테일 매출은 약 35% 증가했으며, 고객 만족도 지표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행정적 절차보다는 비즈니스 플랜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리테일 매장을 확대하고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장기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주가 부양책"이라고 강조했다.

폴스타 4 사진=폴스타이미지 확대보기
폴스타 4 사진=폴스타

韓 배터리 협력 및 R&D 투자?… "가능성 열려있으나 검증이 우선"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 강화 및 국내 R&D 센터 설립 등 직접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폴스타는 LG에너지솔루션(폴스타 2) 및 SK온(폴스타 5 예정)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로쉘러 CEO는 "현지 시장 진출 시 해당 지역의 부품을 소싱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훌륭한 전략"이라며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구체적인 추가 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방한은 파트너십 체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라며 말을 아꼈다.

특히 R&D 센터 건립 등 추가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뛰기 전에 먼저 걸어야 한다(Walk before you run)"고 응답했다. 이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된 폴스타 4가 까다로운 북미 시장에서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그는 "부산 생산 프로젝트의 성공이 확실해진 뒤에 또 다른 기회(투자)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전쟁 대신 '프리미엄 가치'로 승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치열한 할인 경쟁 속에서 폴스타의 생존 전략은 '프리미엄의 고수'였다.

로쉘러 CEO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결국 배출가스 없는 차량이지만, 우리는 무의미한 가격 할인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신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퍼포먼스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출시 예정인 4도어 GT '폴스타 5'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폴스타 5는 브랜드의 기술력이 집약된 '브랜드 쉐이퍼(Brand Shaper)' 역할을 할 것"이라며 "폴스타 4가 허리 역할을 하며 대세감을 만들고, 폴스타 3와 5가 럭셔리 이미지를 완성하는 라인업 전략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고객에게 '마음의 평화' 줄 것"

신생 브랜드로서 겪을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볼보자동차와의 협력을 강력한 무기로 꼽았다.

로쉘러 CEO는 "한국 내 30여 개 이상의 볼보 서비스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숙련된 엔지니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객들에게 '마음의 평화(Peace of mind)'를 제공한다"며 "이는 다른 신생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폴스타만의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부산 공장의 성공적인 생산 안착을 통해 '뛰기 전에 걷는' 단계적 성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로쉘러 폴스타 CEO가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폴스타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20일 오전 로쉘러 폴스타 CEO가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폴스타코리아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